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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도 눈치 못 챈 저상버스 보조금 유용 실태

자치단체도 눈치 못 챈 저상버스 보조금 유용 실태

입력 2014-09-03 00:00
업데이트 2014-09-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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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정산되면 구매대금 전액 돌려받아 할부로 돌려

전북 전주지역의 한 시내버스 회사가 4년간 10억원이 넘는 저상버스 구매 보조금을 유용해왔지만 관리감독 주체인 자치단체는 매년 감사를 진행하고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전주지역 시내버스 업체인 A여객은 2011년부터 4년간 저상버스 구매 보조금 13억9천만원을 다른 용도로 유용했다.

A여객은 처음에는 전주시로부터 받은 보조금과 자체 자금으로 정상적으로 저상버스를 구입했지만 보조금 정산이 끝나면 저상버스 제조사로부터 구입대금 전액을 되돌려받은 뒤 할부로 지급하는 수법을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A여객은 이렇게 돌려받은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저상버스 1대의 가격은 약 2억원으로, 지자체는 이 가운데 50%에 해당하는 1억원 상당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11년 저상버스 5대를 구입하면서 4억9천3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고, 2013년 3대(2억9천400만원), 2014년 6대(6억300만원) 등을 추가로 구입하면서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전주시는 매년 회계감사를 진행하면서도 4년이 넘도록 A여객의 보조금 유용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A여객이 보조금을 되돌려받은 회계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는 수법을 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주시는 올해 7∼8월에도 A업체를 감사했으나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보조금 집행 내역과 구매 버스 실물 등을 확인한 뒤 보조금을 정산한다”며 “버스 업체가 이후에 돈을 다시 돌려받는다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업체가 저상버스를 실제 구매했고 서류를 워낙 완벽하게 꾸며놓았기 때문에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서도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주시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충분히 보조금 유용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시내버스 인건비와 유류비는 자치단체에서 버스업체에 지급하는 재정보조금으로 지급하게 돼 있기 때문에 원가와 인건비 등을 제대로 확인했다면 4년간 13억9천만원이나 되는 근거 없는 수입 부분을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허술한 회계감사 시스템도 이 같은 범죄를 조장한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A여객 같이 소규모 사업장은 회계감사를 공인된 외부 회계법인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회계법인을 선정해 진행하기 때문이다.

전주시의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회계감사 시스템에서는 회계법인과 버스업체 간의 유착 관계에 의한 보조금 유용을 감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현행 회계감사 시스템으로는 보조금 유용을 잡아내기 어려운 만큼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다른 버스업체들에서도 이 같은 보조금 유용 사례가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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