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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대원 죽음으로 내몬 고강도 포로체험 훈련

특전사 대원 죽음으로 내몬 고강도 포로체험 훈련

입력 2014-09-03 00:00
업데이트 2014-09-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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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올해 첫 도입된 위험도 높은 훈련 프로그램”선진국서 사망 사례 있었다”…사고 부대측, 통제 미숙 인정

실제 상황 같은 고강도 극한 훈련에 나섰던 꽃다운 특수부대원 2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지난 2일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에서 특수전 훈련 도중 발생한 사고로 이모(23)·조모(21) 하사가 숨지고, 전모(23) 하사가 부상했다.
지난 2일 오후 11시께 충북 증평군에 있는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에서 특수전 훈련 중 하사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청주의 한 병원으로 숨진 하사관들이 이송되는 CCTV 장면.  청주성모병원 제공
지난 2일 오후 11시께 충북 증평군에 있는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에서 특수전 훈련 중 하사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청주의 한 병원으로 숨진 하사관들이 이송되는 CCTV 장면.
청주성모병원 제공


3일 오전 10시께 청주시 청주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 소속 전모(23)하사가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2일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에서 특수전 훈련 도중 사고가 발생, 이모(23)·조모(21) 하사가 숨지고 전 하사가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10시께 청주시 청주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 소속 전모(23)하사가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2일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에서 특수전 훈련 도중 사고가 발생, 이모(23)·조모(21) 하사가 숨지고 전 하사가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후 10시40분께 이 부대 내 모의 훈련장에서 발생했다. 10명의 장병이 참여한 이날 훈련 중 3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이들 중 2명이 청주 성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병원 측은 이들의 사인을 질식사로 추정했다. 병원 측이 확인한 사망시간은 이 하사가 오후 11시15분, 조 하사가 11시24분이었다.

이번 사고는 적군에게 포로로 잡혔을 경우에 대비,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한 ‘포로체험 훈련’ 중 발생했다.

훈련 내용은 일반인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고강도, 고난도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무릎이 꿇린 상태에서 얼굴에는 두건이 씌워지고 양팔은 뒤로 결박당한 채 1시간 이상 참아내는 극기훈련이었다.

특전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특전사에 유사한 훈련이 있었지만 중단됐다”며 “올해 처음 미국, 영국, 호주 등의 특수전 부대에서 벌이는 실전적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이날 처음 실시된 포로 체험훈련은 주간 훈련이 오전 8시20분부터 11시까지 2시간40분 정도 진행됐고, 야간 훈련은 오후 9시에 시작됐다.

야간 훈련에 참여한 장병들은 손과 발을 포박당한 상태로 방수처리가 된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검은 두건을 쓴 채 8명은 각각 독방에, 2명은 2인1실에 감금됐다.

훈련이 시작되고 1시간 40분 정도 경과한 시점에 부상한 전 하사가 소리를 질러 통제관이 확인해보니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다. 통제관이 훈련에 참가한 다른 인원도 비슷한 상태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확인해보니 이 하사와 조 하사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통풍이 제대로 안 되는 두건을 머리에 쓴 채 훈련을 하다가 호흡 곤란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특전사 측은 추정했다.

이와 관련, 외국에서도 포로체험 훈련 도중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위험한 훈련이지만 해당 부대가 안전대책도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훈련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두건을 씌우고 목 쪽의 줄을 어느 정도 조인 상태에서 오랜 시간 호흡할 수 있는지를 철저히 확인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대의 한 관계자는 “사고 당일 주간에 포로 체험훈련에 참여한 병력에는 두건을 씌우고 (목 쪽의) 줄을 조이지 않았지만 야간 포로 체험훈련 때는 끈을 어느 정도 조인 상태였다”며 “훈련의 강도를 높일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위험 훈련이라는 점에서 훈련 참가 장병들의 적응 상태를 봐 가며 강도를 점차 높였어야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소령인 훈련계획장교와 고참급 부사관인 통제관 4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고, 훈련 지원요원 2명은 30m 정도인 훈련장 복도를 오가며 장병들이 감금된 방 안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는데도 장병들이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질 때까지 이상징후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안전사고 예방책의 미흡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고 부대의 한 관계자는 “적절하게 통제하고, 훈련을 진행해야 했는데 미숙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육군은 사고원인이 규명되고 안전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특전사의 포로 체험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특전사 관계자는 “지난 4월 (특전사령관의) 임무 지시를 받고 외국 자료와 국내 유관기관의 자료를 종합하고 우수 교관을 선발하는 등 교육 준비를 해왔다”며 “훈련 통제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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