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성 駐아이슬란드 대사 부부 중국 국가기밀 일본측에 누설 혐의
중국 외교부에서 ‘일본통’으로 불리는 마지성(馬繼生·사진·57) 주아이슬란드 대사 부부가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7일 보도했다. 중국에서 2000년 이후 간첩 혐의로 낙마한 외교관은 한국 대사를 지낸 리빈(李濱)에 이어 마 대사가 두 번째다.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 대사가 체포됐다는 보도를 확인해 달라’는 요구에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으나 아이슬란드 대사직은 지난 2월부터 공석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 대사의 간첩 혐의 체포설은 중국과 일본이 갈등 완화를 추구하는 시점에서 터져 나와 국제 외교가는 이번 사건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린(吉林)성 동북사범대 출신인 마 대사는 일본에서만 8년을 근무해 중국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신문은 마 대사가 “일본 측에 중국의 국가기밀을 누설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마 대사가 2008년부터 4년간 외교부 신문사(司·국)에서 근무하면서 언론과 접촉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 12월 아이슬란드 대사 부임 이후 현지 언론들과 활발하게 접촉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공식 발표가 없음에도 마 대사가 간첩죄로 체포된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자국 공무원에 대한 감시가 유독 엄한 중국에서는 공무원이 외국인에게 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실각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투명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일반적인 이야기라도 외국인에게 함부로 말하면 큰 화를 당할 수 있어 금기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공무원이 타국 외교관이나 언론인을 만날 때 반드시 2인 이상이 함께 나가는 식으로 상호 감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앞서 리빈 전 대사는 한국 근무를 끝내고 외교부 아주사(국) 부사장(국장)으로 귀임한 뒤 국가기밀을 한국 측에 누설했다는 이유로 2006년 12월 국가안전부에 체포됐다. 그러나 리빈 대사는 다이빙궈(戴秉國) 전 국무위원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사법처리되지 않고 해임된 후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명경은 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4-09-18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