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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맏언니의 ‘부상 투혼’

리듬체조 맏언니의 ‘부상 투혼’

입력 2014-10-03 00:00
업데이트 2014-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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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무릎수술 딛고 단체전 값진 銀

국내 리듬체조 선수들은 대학 졸업 후 대부분 은퇴를 선언한다. 실업팀이 없어 선수 생활을 계속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윤희(22·인천시청)는 세종대를 졸업한 뒤에도 매트를 떠나지 않았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위 일본에 0.6점 차로 뒤져 메달을 걸지 못한 아쉬움을 인천에서 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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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김윤희


김윤희는 다행히 인천시의 도움으로 리듬체조 사상 첫 실업팀 입단에 성공했고 지난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무대에 다시 한번 섰다. 어느덧 ‘요정’으로 발돋움한 손연재(20·연세대), 이다애(20·세종대), 이나경(16·세종고)과 함께 사상 첫 금메달 도전에 나섰다.

손연재와 마찬가지로 후프·볼·곤봉·리본 종목을 모두 연기한 김윤희는 ‘맏언니’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볼과 후프에서 연달아 수구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해 각각 15.166점과 15.083점에 그치고 말았다. 목표로 했던 16점대 진입에 실패했고 메달 획득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김윤희는 낙담한 표정이 TV 중계화면에 그대로 잡힐 정도로 상심했다. 후프에서 실수를 했을 때는 수구를 땅에 내려치며 자책했다. 자신 때문에 동생들마저 메달을 따지 못할 수 있다는 안타까움으로 끝내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

사실 김윤희는 재작년 오른무릎 연골이 파열돼 수술을 받았고 왼쪽 역시 좋지 않아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정상이 아닌 몸 상태였지만, 오직 이날만을 꿈꾸며 힘겨운 재활과 훈련을 반복했다.

마음을 가다듬은 맏언니는 이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리본과 곤봉에서는 각각 16.183점과 16.416점을 받으며 분전했다. 손연재의 선전까지 겹쳐 대표팀은 카자흐스탄(163.131점)을 끌어내리고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윤희는 시상대 위에서도 동생들에게 못내 미안한 듯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곁에 선 동생들은 김윤희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맏언니의 부상 투혼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4-10-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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