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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뒷짐 지면 공무원연금 개혁 물 건너간다

[사설] 국회 뒷짐 지면 공무원연금 개혁 물 건너간다

입력 2014-10-23 00:00
업데이트 2014-10-23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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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속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청와대의 연내 처리 방침에 맞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는 게 중요하지 시기가 중요하느냐”고 반문했다. 얼핏 보면 개혁 시기에 대한 이견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차기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집단의 반발에 따른 여야의 표 계산과 맞물려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역대 정부가 추진한 공무원연금 개혁이 번번이 좌절된 근본 요인이었다. 여야는 개혁의 대의를 인정한다면 부디 이번에는 당리당략을 떠나 진솔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다그치는 청와대에 대한 여당의 볼멘소리에도 경청할 대목은 있다. 즉, “공무원 사회를 설득하고 야당과도 협의해야 한다”는 말은 원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일각의 주장처럼 내년 4월로 미룬다고 문제가 해결될 건가. 그때라고 해서 관료집단이 기득권을 선선히 내놓을 리도 없거니와 야당이 표 계산을 접고 전향적으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새누리당이 한국연금학회에 의뢰한 방안이든, 최근 안정행정부가 마련한 안이든 지금보다는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 안들의 골간에 대해선 다수 국민 여론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신규 또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부담을 더는 조정안으로 공직사회를 더 설득할 필요는 있겠지만, 집권당이 전공노 등의 반발에 부딪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꼬리를 내려서야 될 말인가.

공무원연금은 수령자의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올해는 2조원 가까운 적자폭이 예상된다. 현행 체계를 고수하면 향후 5년간 나라 곳간을 헐어 18조 4000억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를 포기한다면 총선을 한 해 앞둔 내년에는 정치권이 더욱 선거 논리에 발맞춰 춤출 공산이 크다. 이는 폭발 시점이 째깍째깍 다가오는 시한폭탄을 다음 정부로 넘기는 꼴이다.

여든 야든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야 한다는 입장은 피장파장일 것이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체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전공노의 반대로 난항을 겪던 연금 개혁 틀을 짜기 위해 여야가 각각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필요하면 연석회의까지 열겠다고 합의하는 등 외형상으론 부산한 모습이다. 그러나 새정연 측은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연내 처리가 쉽지 않다고 본다”며 속내를 흘리고 있다. 솔직하지 못한 태도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 국민의 절대다수가 연금 개혁을 지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국민 공감대’ 운운할 텐가. 혹여 다수 여론이 지지하는 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주장만 하는 식으로 변죽을 울리면서 응집력 높은 공무원 표를 계산해 시간을 끌 요량이라면 혀를 찰 일이다.

기득권 집단이 반발할 경우 혁명보다 어려운 게 개혁이라고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여야와 정부가 의기투합해도 모자랄 판에 국회가 걸림돌이 돼선 곤란하다. 여든 야든 복지 수요 급증에 따른, 국가재정이나 미래세대의 부담을 염두에 둔다면 개혁을 더는 미적거려선 안 될 게다. 차제에 공무원 노조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 그 자체를 인정한다면 무조건 손사래만 치지 말고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
2014-10-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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