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시론] 조기수확과 장기투자/이원태 수협은행장

[시론] 조기수확과 장기투자/이원태 수협은행장

입력 2014-10-24 00:00
업데이트 2014-10-24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이원태 수협은행장
이원태 수협은행장
지난 15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0%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인하한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역대 최저금리도 갈아치웠다.

지난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며 ‘초이노믹스’라 불리는 경기 부양책을 시행했지만 국내 경기 회복세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3·4분기 1%의 성장률을 자신했던 최 부총리조차 최근에는 “하방 리스크가 있다”며 한발 물러난 상태다. 연내 국내 경기가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금융시장의 장밋빛 전망은 해를 넘겨서도 불투명한 미래가 됐다.

한국은행의 진단은 더 우울하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하방 위험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당장의 저성장도 문제이지만, 이로 인한 노동과 자본이 유휴(遊休)상태’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유휴는 ‘쓰지 않고 놀린다’는 의미다.

한 집 건너 구직을 접은 노총각이나 쉬고 있는 가장이 있는가 하면 쉴새 없이 돌아가야 할 공장설비는 물건 팔 곳을 찾지 못해 일부 멈춰섰다.

선진국도 유휴경제로 성장에 발목이 잡히면서 우리의 수출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최근 “실업 개선에도 노동시장에 상당한 유휴 경제력이 존재한다”고 했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의 유휴 경제력이 현재 상당한 수준이며 축소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휴 상태의 지속은 장래의 성장잠재력 훼손을 의미한다. 결국 국내 경기의 성장 동력을 재가동하기 위해선 쉬고 있는 사람과 놀고 있는 설비투자를 최대한 가동시켜야 하는 것이 해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투자계획과 전략 없이 멈춰선 엔진을 무작정 힘으로만 돌리면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국내 금융사들 역시 매년 초 한 해의 사업계획과 경영전략을 발표하지만 크게 차별화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초저금리와 국내외 경기침체라는 악재들이 겹치며 당장 내년 상황을 예상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은행’, ‘세계적인 투자(IB)은행’, ‘국내 대표 서민금융기관’ 등 각자 표방하는 지향점은 달라도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 금리차이)과 수수료에만 의존하는 영업방식은 매년 되풀이된다. 국내외 경기가 불안해서 금융사 경영자들이 새로운 시장이나 사업영역으로 선뜻 시야를 돌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 방식의 경영행태를 답습하며 위험 부담이 따르는 신규 사업 개척보다 단기 실적에만 연연했던 경영진들의 모습은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물론 금융사들 역시 내년도 예산안과 사업전망을 준비하는 시기가 됐다. 새해에 민간소비가 다소 회복되면서 은행의 성장성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쟁 심화와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 및 역할이 강조되면서 수익개선에 한계 또한 예상된다.

매년 이맘때 경영진들의 고민은 비슷하다. 내년에 아주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는 수익의 과실을 조기에 수확하는 데 예산과 사업계획의 중점을 둘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반대로 조직을 위한 백년대계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성장전략의 밑바탕을 그려 나가야 하는지도 고민거리다.

설립 반세기가 넘은 수협은행은 최근 장기투자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젤3 자본규제 적용을 앞두고 사업구조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다. 정부의 예산지원 및 각 부처 간 의견 조율 등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조기 수확과 장기 투자를 동시에 실현하는 ‘투트랙’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조기수확은 당장은 달콤하지만 불확실한 미래가 수반되고, 장기투자는 당장은 배가 고파도 후배들에게 든든한 미래를 보장해준다는 사실이다.
2014-10-24 31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