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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국토기행] <5> 고양시

[新 국토기행] <5> 고양시

입력 2014-10-25 00:00
업데이트 2014-10-2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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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역사도시 ‘高陽’ 평화통일특별시 꿈꾸다

지난 8월 1일 경기 고양시는 시로 승격된 지 22년 만에 인구 100만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도시 중 10번째,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3번째로 100만 대도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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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시장인 킨텍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시장인 킨텍스. 고양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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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도시’로 불리는 고양시에서 지난해 열린 대표적인 문화 행사인 호수예술축제.
‘축제의 도시’로 불리는 고양시에서 지난해 열린 대표적인 문화 행사인 호수예술축제. 고양시 제공
조선 태종 13년인 1413년 고봉현과 덕양현을 합해 ‘고양’이란 지명이 탄생했다. 이로부터 600여년 동안 고양의 지명은 변함없이 지속돼 왔다. 무려 600년이 넘도록 그 지명이 유지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서해에서 한강을 거쳐 내륙 곳곳으로 들어가고, 너른 들판에 농사짓기 좋고, 조망할 산들이 곳곳에 펼쳐져 고양 땅은 예로부터 수변 도시이자 관문 도시였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진 한강은 교하에서 임진강과 만난 뒤 황해도를 적셔 온 예성강과 합쳐져 강화 교동에서 서해로 흘러간다. 이러한 한강이 고양 땅에서 육상 도로와 연계됐다.

고양이란 지명은 지난해 600년을 맞았지만 이 이름도 부여되지 않았던 구석기 시대부터 고양 땅에선 농사짓는 사람들이 살았다. 일산신도시 개발 당시인 1991년 마두동과 주엽동 일대에 나온 구석기 유물과 대화동에서 출토된 5000여년 전 가와지 볍씨가 증거다. 가와지 볍씨는 5000년 전 우리 조상들이 한반도 중심부인 고양 지역에서 처음 벼농사를 시작했음을 증명하는 귀중한 자료다.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고양시에서 발견된 가와지 볍씨는 한반도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단서로 문명사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의 위성도시들은 1970년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공업화돼 갔다. 하지만 고양은 휴전선 인근 지대라는 특수성으로 대부분의 땅이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그린벨트로 지정돼 농업지대로 남게 됐다. 산업 기반이 조성되지 않은 고양의 지역 특성은 오히려 일산신도시 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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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하기 그지없던 1977년 경기 고양시 일산 옛 시가지 모습.
황량하기 그지없던 1977년 경기 고양시 일산 옛 시가지 모습. 고양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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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일산호수공원에서 처음 개최된 고양국제꽃박람회. 한창 개발 중이라 빈터가 보인다.  고양시 제공
1997년 일산호수공원에서 처음 개최된 고양국제꽃박람회. 한창 개발 중이라 빈터가 보인다.
고양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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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본 일산신도시.
하늘에서 내려다본 일산신도시. 고양시 제공
1990년대 초 한강 접경 지역인 JDS(장항·대화· 송포·송산동)지구를 제외한 일산 일대가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고양시는 동양 최대의 호수공원, 킨텍스, 한류월드, 방송영상산업단지 등을 갖춘 대한민국 대표 도시로 급성장했다. 지난 5월 나온 ‘2014년도 한국지방브랜드 경쟁력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고양시가 거주 분야 1위, 교육 분야 1위, 교통 분야 3위를 차지하며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선정됐다. 이제 고양시는 일산신도시 20년으로 대변되는 서울의 베드타운이 아닌 600년 역사와 5000년의 문화를 품은 100만 명품 자급자족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2012년 고양시는 각종 언론과 연구기관이 평가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부문’에서 161개 지자체 중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 정책 우수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양시는 노인, 장애인, 경력 단절 여성 등 일자리 취약계층을 위해 이들을 의무적으로 채용하게 하고, 공공근로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또한 ▲동주민센터 내 일자리 상담사 배치 ▲주부층 중심의 여성 재취업 프로그램 강화 ▲비정규직센터 운영 활성화 ▲사회적 기업 및 마을기업 지원 ▲고양시 발주 대형 사업에 고양시민 할당제 도입 등의 정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특히 1만 5000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는 친환경 자동차 클러스터 사업은 고양시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다. 덕양구 강매동 일대 40만㎡ 부지에 2957억원을 투입해 내년에 착공해 2017년 완공할 예정인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복합단지인 자동차 클러스터는 지금의 폐차장 개념의 시설이 아니다. 자원순환센터, 전시장, 자동차 정비·교육·튜닝단지 테마파크 등 자동차산업의 모든 것이 집약된 종합 문화 공간이다. 자동차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주변 상권 활성화 등 연간 1조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하고 지역 주민을 우선 고용해 1만 5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덕양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며 행신역과 강매역을 중심으로 한 상권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2009년 정부가 마이스(MICE·회의, 인센티브 관광, 국제회의, 전시회)산업을 17대 신성장동력산업의 하나로 지정한 뒤 자치단체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고양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창조성장개발국을 신설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다른 산업보다 파급 효과가 큰 마이스산업과 신한류관광산업에 일찌감치 주목한 것이다.

고양시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전시·컨벤션시설인 킨텍스가 있어 마이스산업 중 대규모 전시회 부문에서 다른 지자체들이 넘볼 수 없는 절대 우위를 확보했다. 킨텍스는 2005년 제1전시장, 2011년 제2전시장 준공으로 10만 8000㎡ 규모의 전시 면적을 갖춰 세계 50위권, 아시아 5위권 전시장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전시장 2위인 코엑스보다 3배나 넓다.

연중 크고 작은 행사가 킨텍스에서 열리며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 한국기계산업대전, 경향하우징페어, 서울모터쇼 등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대형 전시회는 킨텍스에서만 개최할 수 있다. 해외에서 2만 9000여명 등 총 5만 6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6년 로타리 국제대회는 킨텍스에서만 열 수 있다. 이들이 쓸 소비지출 효과는 800여억원, 생산 유발 효과는 18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선진 마이스도시들은 숙박, 관광, 쇼핑 등 주변 인프라 시설의 집적화가 추진되는 추세다. 고양시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킨텍스를 중심으로 10분 거리 내에서 숙박, 쇼핑, 놀이, 한류 관광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경기 북부 지역의 첫 특급 숙박시설인 ▲엠블호텔 ▲스포츠 테마파크와 쇼핑몰이 결합한 놀이시설인 고양원마운트 ▲현대백화점과 쇼핑몰로 구성된 대형 복합쇼핑몰 레이킨스몰 ▲수조 용량 4300t으로 63빌딩 수족관의 5배 크기인 아쿠아리움 등이 킨텍스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또한 세계적인 수준의 인공 생태공원으로 전국 산책 코스 1위로 선정된 일산호수공원, 젊음의 거리인 라페스타와 웨스턴돔 등의 주요 상권도 이웃해 있어 마이스 행사로 고양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양시에서 개최하는 모든 축제의 초점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있다. 고양시가 전국 161개 시·군·구 중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 1위 도시의 영예를 안은 것도 바로 이 관광산업과 문화예술 육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1997년 시작돼 대한민국 5대 축제로 자리 잡은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올해 국내외 관람객 43만명이 다녀간 가운데 역대 최고 화훼 수출 계약액 3440만 달러를 달성했다. 올해 꽃박람회로 인한 생산 유발 효과는 1079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424억원, 세수 유발 효과는 43억원으로 조사됐다. 총경제적 효과는 1546억원 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 대표 거리예술축제로 자리 잡은 고양호수예술축제와 신한류 글로벌 전통문화축제인 고양행주문화제는 해마다 수천억원의 경제 파급 효과와 3000여개의 문화예술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고양시 최대 현안으로는 서울로 출퇴근하기 불편한 교통 문제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킨텍스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역까지 22분 만에 오갈 수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GTX 개통으로 환승역이 설치될 대곡역세권도 개발에 청신호가 켜져 일산과 덕양의 가교 역할은 물론 인천·김포공항, 경의선, KTX와 연계된 동북아 물류의 거점 도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신분당선 고양 연장을 추진해 교통망을 재정비하고 고양~강남~분당에 이르는 수도권 남북선을 구축할 계획이다.

고양시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가 통일 한국의 실질적인 거점 도시가 될 수 있도록 ‘2020 고양평화통일특별시’를 구상하고 있다. 고양평화통일특별시 구상은 JDS지구 개발을 기반으로 한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자유로, 통일로, 경의선 등 남북 교류의 교통 인프라가 관통하는 JDS지구는 한강과 일산신도시 사이 장항동, 대화동, 송포동 일대 28.166㎢(약 852만평)에 걸쳐 있다. 일산신도시보다 1.8배 더 넓다. 2008년부터 시가화 예정 용지로 반영돼 경기 서북부 대단위 신도시 개발을 목적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경기 침체 및 수도권 과개발 등을 이유로 정부와 경기도는 개발을 장기 보류하고 있다.

JDS지구는 개발 사업비만 약 40조원이 투입돼 사업 실현 시 생산 유발 효과 20조원, 고용 유발 효과 10만 5000명, 부가가치 유발 효과 7조 9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양시의 힘만으로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단계별 추진 계획을 마련하는 등 JDS지구 장기 발전 기본 구상안을 정부와 청와대, 경기도에 제시해 중앙정부 차원의 JDS지구 조성 사업 추진을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4-10-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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