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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참에 선거제도 전반 개혁 논의해 보라

[사설] 이 참에 선거제도 전반 개혁 논의해 보라

입력 2014-11-01 00:00
업데이트 2014-11-0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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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선거구 획정을 불가피하게 만든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정치권이 요동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헌재의 결정이 단순히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치 지형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국회 차원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선거구 개편 논의에 들어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기국회마저 민생 이슈가 정치 이슈에 함몰돼서는 안 된다며 속도조절에 부심하고 있는 듯하지만, 마음이 다급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이미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농(都農)복합 선거구제 같은 선거제도 개편안이 활발하게 제시되고 있다. 선거제도 개편이 쟁점화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제 헌재는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와 가장 적은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대1인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2016년 치러질 제20대 총선에 맞춰 내년 말까지 2대1 이하의 인구 편차를 적용한 새 선거구를 만들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헌재가 제시한 기준을 따르면 기존 246개의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37곳은 인구 상한을 넘어서고, 25곳은 인구 하한에 미달한다.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는 과정에서 인접 선거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개개인도 정치생명의 보루라고 할 지역구가 흔들리는 마당이라면 위기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만큼 공직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은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국회 의석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역 의원이라면 가장 손쉽게 선거제도 개편 국면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수를 그 이상으로 늘려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은 국회의원 자신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호남에서 각각 압도적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여야가 영호남의 의석수 증감 비율을 담합으로 짜맞추는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현역 의원의 이해에 따라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가르는 ‘게리맨더링’을 배격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헌재 결정의 근본정신은 평등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 정개특위는 이번 기회에 평등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전반적으로 개혁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농어촌 출신 의원들의 항변처럼 지역 대표성의 축소도 막고, 진보진영의 주장처럼 소수당의 원내진입이 현재보다는 좀 나아질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두 개의 거대정당이 각각 영호남을 양분하는 현재의 정치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2014-11-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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