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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참혹한 건설현장…‘충격’

평창 동계올림픽, 참혹한 건설현장…‘충격’

입력 2014-11-27 00:00
업데이트 2014-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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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딩센터 건설현장 대규모 불법 벌목…도면 포함안된 1만2000㎡ 훼손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봅슬레이·자작나무·스켈레톤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광범위한 산림 훼손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26일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최근 슬라이딩센터 공사 현장에서 모두 1만 2000여㎡(약 3630평)의 산림이 불법 훼손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평창군은 시공사인 대림산업을 산지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최근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고발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일대의 17만 7000㎡(약 5만 3500평)에 지어지고 있는 슬라이딩센터는 대림산업에서 지난 6월 공사를 시작했다. 대림산업은 실시설계도면을 강원도에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 당초 원주환경청이 원형 보존을 지시했던 지역까지 벌목했다. 특히 5부능선 이상 지역은 벌목 허가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으로 베어졌다. 훼손된 현장은 소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군락을 이뤘던 곳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다음달 1일 국제연맹 관계자들의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공사가 지연돼 서두르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면서도 “5부능선 이상은 곧 허가가 나는 대로 벌목될 곳이었고 5부능선 이하의 훼손된 산림에는 자작나무 400주를 새로 심었다”고 해명했다.

평창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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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겨울 하늘과 울창했던 나무들이 사라진 자리에 검게 드러난 숲의 민낯은 딱히 경계가 없었다. 공사현장 비탈에는 거친 나이테를 드러낸 소나무 밑동만 남아 있었다. 굵직굵직한 소나무와 신갈나무가 자리 잡고 있던 이곳에는 시공업체인 대림산업이 훼손된 산림을 복구한다며 급하게 심은 100원짜리 동전 굵기의 앙상한 자작나무만이 위태롭게 거센 바람과 맞서고 있었다.

지난 25일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내 스포츠지구. 행정구역상 대관령면 용산리에 해당하는 이곳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 썰매종목 경기장) 건설이 한창이었다. 시공업체에 의해 훼손된 숲 대부분은 녹지자연도 8등급(1~10등급 중 높을수록 자연에 가까운 상태)에 해당하는 자연 식생으로 나무의 성장이 최대에 이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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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가 열릴 강원 평창군의 슬라이딩센터 건설 현장이 지난 25일 많은 나무들이 잘려나가 황량한 모습으로 변해 있다.  평창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평창동계올림픽 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가 열릴 강원 평창군의 슬라이딩센터 건설 현장이 지난 25일 많은 나무들이 잘려나가 황량한 모습으로 변해 있다.
평창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무주 덕유산 전철 밟을라” 우려 커져

강원 전역에서 평창올림픽 시설 공사를 하면서 광범위한 환경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슬라이딩센터 건설 현장에서 대림산업과 하청업체들이 원형보전지의 나무를 베어버리고 벌목 허가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산림을 훼손하면서 모두 1만 2000여㎡(3630평)에 자라던 나무들이 베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슬라이딩센터 건설 공사로 6016주의 나무가 훼손될 예정이었지만, 현장에서는 몇 배 이상의 나무가 베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복구도 주먹구구식이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14일 현장을 적발한 뒤 ‘12월 15일까지 훼손 지역에 대한 복구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지난 15~16일 자작나무 400주를 심었다. 하지만, 벌목 이전에 반지름이 20~40㎝에 해당하는 나무들이 있던 자리에 반지름 1~3㎝밖에 되지 않는 묘목을 심어 놓는 등 ‘꼼수’를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규석 녹색연합 국장은 “해당 지역에는 소나무, 신갈나무 등이 있던 것으로 나오는데 주변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땜질식으로 나무를 심었다”며 “나무만 훼손된 게 아니라 그 지역에 살던 동물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전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1000억 예산 필요… 복원 불투명

환경전문가들은 시간에 쫓겨 생태계 훼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벌목과 공사를 진행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 활강경기가 열린 전북 무주 덕유산 설천봉 일대는 17년이 지났음에도 잡목만 어우러진 채로 방치되고 있다. 1999년 용평 동계 아시아경기대회 때에도 발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갈아엎어 용평리조트를 만들었다. 당시 정부는 국제경기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앞세워 국립공원 훼손을 용인했지만, 대회 이후 이식한 나무가 고사하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원시림의 보고인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또한 평창올림픽 스키 활강 경기장 건설로 훼손된 상황이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에 따라 대회가 끝난 뒤 생태복원에 나서기로 했지만, 어떻게 복원할지는 불투명하다. 복원에 1000억원 넘는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재원조달 방안도 세워져 있지 않다.

국립수목원 오승환 박사는 “특별법 문구 몇 개로 수십년에서 수백년을 이어온 산림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환경올림픽’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복원 계획이 정밀하게 논의돼야 하지만, 대부분 경제 논리만 따져 그냥 넘어가려 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윤여창 교수는 “생태계 복원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창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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