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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법원 구성에는 왜 사회적 다양성이 필요한가/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대법원 구성에는 왜 사회적 다양성이 필요한가/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4-11-28 00:00
업데이트 2014-11-28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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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위험한 고정관념 가운데 하나가 법은 가치중립적이고 항상 정의롭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념은 법이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들을 조정하는 정치 과정에서 가치 판단을 거친 결과로 만들어진다는 당연한 사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사표(死票)가 남발돼 국민 대표성이 낮게 반영되는 선거 제도를 통해 구성된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자신들의 대표를 국회에 보내는 데 실패한 국민들에게도 정의로운 법률을 만들 수 있을까?

그만큼 잘못된 또 다른 고정관념은 법관들이 획일적으로 통일된 법에 대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을 공정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헌법적 명령과 법을 해석하는 다양한 관점은 모순되지 아니하며 양립이 가능하다. 공정하게 해석돼야 할 법은 대개 추상적 명제에 불과해 구체적 사안에서는 한 가지 명확한 결론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 예컨대 법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통상 임금에 연말 상여금이 포함되는지, 쌍용자동차 사건과 같은 정리 해고를 어떤 조건에서 유효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어떤 해답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결국 해결은 법관의 해석에 맡길 수밖에 없다.

법관이 법을 해석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법문의 문리적인 해석을 중시하는 태도가 있는 반면 법의 역사적인 연혁에 따른 입법 의도를 중시하거나, 법이 제정된 시점과는 달리 적용되는 시점의 변화된 사회적 조건을 반영하는 것마저도 허용될 수 있다. 가치중립적일 것을 요구하는 헌법적 명령 속에서도 법관이 법을 전문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법 해석 방법론을 가지고, 어떤 관점에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지는 오로지 법관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법원의 결정마저도 만장일치가 아니라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으로 나뉠 수 있다. 법원이 기본적으로 합의제로 운영되는 것, 무엇보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합의제일 수밖에 없는 것도 법 해석 방법론의 조화에 의한 현명한 판결을 추구하는 것이다.

법의 해석 적용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과 가치중립적이어야 할 법관에게도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법론의 다양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당위는 법관 인선에 사회적 다양성이 반영돼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50대 중후반의 연령, 특정 대학 학벌, 직업 법관 경력, 남성이라는 사회적 지표가 압도적인 대법관들에게 이렇게 다양한 법에 대한 관점과 방법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러한 사회적 지표에 따른 다양성마저도 충분하지 않다. 현재의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하 대법원에서는 변호사 경력 위주의 비주류 대학 출신 여성 대법관도 다양한 사건 유형들에서 주류 대법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이 단적인 사례다.

결국 관건은 법 해석 방법론에 따른 관점의 차이에 못지않게 법이 보호하는 법익 간의 저울질에서 명확한 판단이 어려운, 소위 난제들을 대면할 때 최종적인 판단의 준거를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법의 본질에 대한 관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의심스러울 때 국가 기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것인지 피고인의 인권을 더 중히 여길지, 대등한 법률 관계를 전제하는 민법적 관점에서 사안을 분석하고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존중해 불평등한 사실적 관계에 주목하는 사회법이나 공법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지는 단순히 사회적 지표만으로 판단될 수 없고 사회 경력에서 표출되는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양 대법원장이 2011년 취임한 이후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8명을 임명제청했고 2015년에 또 두 명의 대법관을 제청하게 된다. 그동안의 인선은 법에 대한 다양한 관점보다는 법의 통일적 해석에 치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 실질적 효과는 경제사회적으로는 친기업적이며 정치적으로는 보수적 성향이 강화됐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그러한 경향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법원을 구축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새로운 대법관 인선을 앞두고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4-11-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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