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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감정노동자 쉬게 하는 힐링캠프?… 킬링캠프!

금융권 감정노동자 쉬게 하는 힐링캠프?… 킬링캠프!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5-04-26 23:48
업데이트 2015-04-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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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추진 격려 행사 ‘관제’ 논란

“상처받은 며느리들끼리 모여 서로 위로해 주고 개선 방안을 찾기로 했는데 시어머니가 참석한다네요. 이게 무슨 힐링캠프입니까. 킬링캠프지요.”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범금융권 감정노동자 힐링캠프가 ‘관제 행사’ 논란에 휩싸였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우수 금융 민원업무 종사자 힐링캠프 개최 계획’ 안내 협조 및 요청 공문을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협회를 통해 각 금융사에 전달했다. 힐링캠프는 오는 6월 2일 경기 용인의 한화생명 연수원에서 열린다. 우수 감정노동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금감원장상을 줄 예정이니 수상 대상자 후보와 참석 명단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금감원은 250~300명 정도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보험업계가 지난해 자율적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구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콜센터 직원 및 텔레마케팅(TM) 상담원 등 금융권 감정노동자들이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와 욕설, 성희롱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자 같은 업권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고민도 나누고 위안을 찾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금감원이 비슷한 기획을 하면서 판이 커졌다.

금감원이 추진 중인 힐링캠프 구성은 ▲시상식(금감원장상 6명, 협회장상 6명) ▲우수 민원 해결 사례 발표 ▲스트레스 해소 방안, 악성 민원인 대처 방안 특강 ▲공연 등이다. 금감원 측은 “정보 공유 차원에서 범금융권 행사로 기획한 것이고, 인사 고과 등에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금감원장상을 포함한 것”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은 투자 손해, 은행은 보이스피싱, 보험은 보상금 등 업권별로 민원의 성격이 다른데 굳이 한데 모으는 것은 금융 감독 당국이 ‘위로연’을 열었다고 생색내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진웅섭 금감원장의 ‘가오’(체면)를 세워 주기 위해 감정노동자들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월 ‘관제 세미나’ 논란이 일었던 ‘범금융권 108인 대토론회’가 연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용을 금융권에 분담시킨 것도 논란거리다. 힐링캠프 비용은 각 협회와 금감원이 나눠 낸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보여 주기식 전시행정이 아니라 감독 당국이 주관하는 진정한 위로연 취지라면 비용도 금감원이 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런 불만은 얼마 전 열린 금감원·금융권 실무자 협의에서도 터져 나왔다. 한 참석자가 “이런 자리를 왜 만드느냐”고 반발하자 금감원 측은 “원장상 준다는데 누가 싫어하겠나”라고 일축했다.

금감원은 금융민원 업무 종사자들의 ‘최대 스트레스’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정혜자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금융노조 조합원 38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정노동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악성 민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금감원 등 감독기관 민원 제기’(66%)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보호 방안을 찾다가 낸 아이디어이지, 생색내기용은 아니다”라면서 “금융권의 일부 책임자들이 ‘일할 사람’이 자리를 비우니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5-04-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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