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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멈췄지만… 구호는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것이 멈췄지만… 구호는 멈추지 않는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15-04-27 18:18
업데이트 2015-04-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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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후 굿네이버스 네팔 지부장 현지통신

“네팔 고르카의 산간마을은 해발 2000m 능선에 있어요. 계단식 밭들 사이로 전통 방식으로 지은 흙담집이 줄지어 있죠. 이번 참사에 모두 무너졌습니다.”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의 노경후(37) 네팔 지부장은 27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국제전화에서 지진 사흘째를 맞는 고르카를 이렇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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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후 굿네이버스 네팔 지부장
노경후 굿네이버스 네팔 지부장
●진앙지 산간마을 고르카, 즐비한 전통 흙담집 와르르

“지진이 낮(25일 오전 11시 56분)에 일어나 사람들이 깨어 있어 다행이었지, 밤에 일어났으면 집들 구조가 워낙 취약해 잠결에 더욱 많은 사상자가 났을 겁니다.”

카트만두에서도 도심에 새로 지어진 건물들은 비교적 멀쩡했지만, 지은 지 오래된 사원들과 탑 주변에서 많은 사상자가 났다.

진앙에 가까워 다른 지역보다 피해가 심한 고르카는 산간지대라 차편이 드나들기가 쉽지 않다. 구호물품 조달이 늦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6일 밤에도 여진이 계속되는 한편 비까지 내려 주민들이 고통이 더욱 컸다. 노 지부장은 “조금 있으면 우기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날씨 탓에 헬기가 뜨지 않아 구호물품 전달이 늦어지고 있는데, 바깥에 천막을 치고 사는 사람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지원 또한 신통치 않다. 몇 안 되는 마을의 병원도 지진으로 파괴됐기 때문이다. 네팔 정부에 의해 의료진이 급파되고 의약품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환자들을 치료할 병실이 마땅치 않다.

●고산지여서 의료 혜택 여의치 않아 구호 손길 애타게 기다려

“마을 병원에 가 보니 지진 당일부터 지금까지 병원에 들렀다 간 환자가 100여명쯤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중 사망자는 10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곳보다 해발고도가 더 높은 지역의 상황은 어떨지 안심할 수 없어요.” 노 지부장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노 지부장은 “주민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고르카도 네팔 내 다른 지역들처럼 청·장년층의 남성들은 인도 등지로 일을 하러 가고 남은 사람은 여성과 아이, 노인이 대부분이다.

“주민들은 하루빨리 집을 복구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관련 지원이 정부에서 이뤄질지, 스스로 방법을 강구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습니다. 집이 무너진 잔해 속에서 가재도구들을 하나씩 건지며 근근이 하루를 버티고 있어요.”

노 지부장은 26일 오후 고르카에 도착하자마자 굿네이버스 현지 직원들과 함께 현장 상황실을 꾸리는 한편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당장 필요한 천막, 담요 등 비를 피할 수 있는 것들과 라면 등의 식량을 어떻게 조달하고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시작해야죠.” 전화기 너머로 노 지부장의 다급함이 전해져 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04-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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