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대타협 시동… 산적한 과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26일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8일 노사정 협상 결렬을 선언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이에 따라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등 노사정 대표자 4인은 조만간 만나 대화 재개 시기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 주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노동시장 이중 구조, 사회안전망 구축 등 산적한 노동 현안을 논의할 특위가 재가동될 가능성도 있다.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입을 굳게 다문 채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중앙집행위에서 4개월 만에 노사정위원회 대화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어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 다시 참여하되 복귀 시기와 방법은 김동만 위원장에게 위임하고 앞으로 협상 관련 상황 및 결정은 중집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가 연내 추진 의사를 밝힌 입법 과제에 포함된 기간제 사용 규제 완화, 파견 규제 합리화 방안이다. 이는 만 35세 이상 노동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비정규직 기한을 2년 더 연장해 총 4년으로 늘리고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대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 과제로 올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사정은 지난 4월 합의문에서 ‘비정규직 사용 기한과 파견 대상 업무 확대는 올해 8월 말까지 실태조사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 기한 연장과 파견 대상 업무 확대를 의제에 포함해 협상을 밀어붙인다면 연내 대타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노동계가 지난 4월부터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등 두 사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중집에서도 “조합원들의 우려가 큰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은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참여하는 공동 연구 제안을 검토하는 등 중장기 과제로 미루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두 사안을 의제에 포함해 협상을 시도할 경우 노사정 대화가 다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정년 연장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의 도입도 노사정 간 이견이 큰 의제다. 정부는 지난 4월 협상이 결렬된 이후 전체 공공기관에 연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공 부문에서의 강제 도입에는 반발하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청년 고용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추진하다 보니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정책에 목을 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노조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공 부문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사정위 산하 별도 협의체인 공공부문발전위에서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에 당장 큰 충돌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내 입법이라는 목표에 집착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자세는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과제별로 단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5-08-27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