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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동네서 피해의식 키우며 자란 흑인 ‘백인살해 생방송’

백인동네서 피해의식 키우며 자란 흑인 ‘백인살해 생방송’

입력 2015-08-27 12:03
업데이트 2015-08-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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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와 까닭 모를 언쟁 되풀이…사사건건 인종차별 주장”

26일(현지시간) 미국 사회를 경악하게 한 생방송 기자 사살사건의 범행 동기가 주목을 받는다.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은 범행 후 ABC방송에 보낸 문건에서 지난 6월 백인 우월주의자의 흑인교회 총기난사가 범행 계기라며 ‘인종전쟁’이란 말까지 꺼냈다.

하지만 플래내건이 전 직장을 상대로 테러를 가한 점을 보면 특정 단체에 속한 불특정 다수에게 이뤄지는 증오범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려 23쪽에 달하는 범행 선언문을 전체적으로 보면 인종주의의 타파보다는 직장에서 쌓인 울화를 풀기 위한 범행이라는 분석이 더 힘을 얻는다.

플래내건도 “흑인교회 총격사건이 급변점이었지만 나의 분노는 꾸준히 쌓여온 것”이라며 “나는 폭발을 기다리는 인간 화약통이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성장기를 보면 백인 사회에서 적지 않은 차별을 받으며 성장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플래내건은 1970년대 백인 밀집지역인 캘리포니아 주 이스크 오클랜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당시 이웃에 살던 흑인 록산 바커(54)는 플래내건의 가족이 그 동네에 세 번째로 이주해온 흑인 가구였다고 밝혔다.

바커는 “인종차별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다”며 “플래내건이 현재와 같은 시각을 갖게 된 까닭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래내건의 아버지는 한때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교수를 지냈고 어머니는 학교 교사로 활동했다.

바커는 “플래내건은 학업 성취도가 높았고 목표의식도 강했고 온건한 사람이었다”며 “나중에 왜 이런 극악무도한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이웃의 좋은 평가와 달리 플래내건은 방송 기자로 일한 전 직장들에서 혹평을 받았다.

플래내건은 플로리다 주 텔러하시의 방송국 WTWC에서 1999년 기자이자 주말 앵커로 활약했다.

동료와 사사건건 싸우는 기이한 행동 때문에 1년 만에 해고된 그는 WTWC가 자신에게 인종차별을 가했다고 고소했다.

또 다른 직장이던 버지니아 주 베드포드의 방송국 WDBJ에서도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제프 마크스 WDBJ 총괄국장은 “인간관계에서 무척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이라며 “다혈질 탓에 카메라 기자나 PD들이 그와 함께 일하기를 꺼렸다”고 말했다.

플래내건은 결국 업무실적 부진과 동료 근로자들과의 불화 때문에 해 2013년 2월에 해고됐다.

이날 플래내건의 총에 맞아 숨진 여기자 앨리슨 파커(24)는 플래내건과 함께 일한 적이 없고, 파커가 인턴사원이던 2012년 WDBJ에 함께 소속된 적은 있었다.

마크스 국장은 “둘이 언쟁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플래내건이 워낙 많은 이들과 싸우고 다녔기 때문에 모두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플래내건은 파커가 자신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범행 후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다.

파커가 실제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일각에서는 플래내건이 의도적이지 않은 말을 인종차별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있다.

플래내건이 ABC방송에 보낸 문건에는 방송사의 일상에서 겪은 개인적인 고통이 빼곡히 담겼다.

그는 자신이 흑인인 데다가 성적지향이 동성애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내내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플래내건은 편의점에 들러 수박 음료를 사올지 묻는 말, 차로 목화밭 곁을 지날 때 목화밭을 예전에 본 적이 있느냐는 말을 인종차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인종차별을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갈등을 빚으면서 다시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플래내건은 “어느 날 법원에서 나오면서 혼란스럽고 격한 감정에 휘말렸고 겁도 났다”며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되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WDBJ에서 2013년 2월 해고되고 나서 그 해 9월부터 작년 11월까지 건강보험사 콜센터에서 근무했다.

해당 건강보험사는 플래내건의 직장생활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플래내건은 백인 우월주의자가 지난 6월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흑인 9명을 사살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번 사건을 기획했다.

그는 ABC방송국에 보낸 문건에서 흑인교회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 뒤인 6월 19일 범행을 위한 총기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ABC방송은 플래내건이 몇 주 전부터 범행 선언문을 보내려고 팩스번호를 묻는 전화를 해왔다고 밝혀 범행이 오래 기획된 것임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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