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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동물 봐도 신고할 곳 없다

학대 동물 봐도 신고할 곳 없다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5-08-27 23:52
업데이트 2015-08-28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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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구조 핫라인 만들자” 잇단 청원

# 지난 4일 경기 용인에서는 강아지가 산 채로 땅 속에 묻혔다가 주민들에게 구조됐다. 경찰 조사 결과 ‘강아지 생매장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119 소방구급대원들이었다. 구급대원들은 유기견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강아지가 죽었다고 판단하고 땅에 묻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강진경(가명·여)씨는 올여름 바닷가에서 노끈에 목과 몸통이 조여 피를 흘리는 유기견을 발견했다. 114에 전화를 걸어 근처에 동물보호센터가 어디 있는지 물어봤지만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사이 유기견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강씨는 지난 8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동물구조신고 대표번호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렸다.


유기동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구조를 위한 신고 ‘핫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 뉴욕시가 지난 7월 동물보호단체 등과 연계해 동물 학대 신고 핫라인을 개설하는 등 해외에서도 동물보호 시스템을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동물보호 관련 신고 접수는 해당 지자체의 관할 부서 공무원이 맡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 부서가 다른 데다 홍보도 부족해 시민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해당 공무원이 동물 구조 업무만 전담하는 것도 아니어서 어렵게 연락이 닿아도 즉시 출동이 힘들다. 관공서가 문을 닫는 주말이나 늦은 시간에는 신고 자체가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 소방서나 사설 동물보호단체가 실제 동물구조 업무를 떠안고 있다. 2011년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동물이 사람을 위협하는 경우가 아니면 소방서가 아닌 일선 지자체가 출동하는 것으로 변경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119를 찾는다. 사설 동물단체들도 “한 해 3000건이 넘는 제보 전화에 일일이 대응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호소한다.

2010년 정부에서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산하 ‘동물보호 상담센터’(1577-0954)를 개설해 동물 관련 민원을 일원화했지만, 구조 외에 동물 입양 등 상담 업무가 절반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동물 구조 핫라인은 물론이고 일원화된 출동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동물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대표번호를 만드는 동시에 관할 지자체에 동물구조 및 보호만 전담하는 공무원을 배정하고 사후 처리가 가능한 시스템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08-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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