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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건 투자밖에 없는데… 돈보따리 풀 법안 뭉갠 ‘딴나라 국회’

기댈 건 투자밖에 없는데… 돈보따리 풀 법안 뭉갠 ‘딴나라 국회’

입력 2015-11-25 23:16
업데이트 2015-11-26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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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카드’ 올해 이미 전부 가불… 한국호 내년 성장엔진이 없다

“우리 경제는 지금껏 수출로 먹고살았다. 그런데 올해는 수출이 죽쒔다. 다행히 그 자리를 내수가 채워 줬다. 내년에도 수출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 소비에 기대야 하는데 소비 카드는 사실상 올해 전부 ‘가불’해 쓴 형국이다. 쳐다볼 데라고는 투자밖에 없는데 (기업들더러 돈 보따리 풀라고 할 만한)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에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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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전 사석에서 한 장탄식이다. 겉으로는 “경제는 심리”라며 내년 3%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큰소리쳤지만 속으로는 ‘고심’이 적지 않음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최 부총리는 25일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나 경제활성화법, 청년의 미래가 걸린 5대 노동개혁법, 내년 예산안 처리가 시급하다”면서 “그런데 경제활성화법은 몇 년째 낮잠 자고 있으며 노동개혁법은 아예 협상 대상도 아니라고 (야당이)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소연했다.

한·중 FTA 비준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연간 1조 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야당은 FTA에 따른 기업 이득을 서로 나누는 ‘무역이득 공유제’와 정책자금 금리 인하, FTA 피해보전 직불제 기준 완화와 같은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맞선다. 누리과정(영유아 무상보육) 예산도 FTA 비준안과 연계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여당은 FTA 비준안을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내년 예산안을 정부원안으로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올 들어 수출이 10개월째 뒷걸음질쳤고, 4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딴 나라 국회’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제활력법안(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원격의료법)과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 등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질타’가 아니더라도 국회 통과가 정말 시급하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 미리 ‘가불’을 해서 소비 활성화가 이뤄진 만큼 내년엔 투자 카드가 한국 경제를 이끌 성장 엔진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최대 69만개 일자리, 관광진흥법은 1만 9000개, 국제의료사업지원법 5만 5000개, 원격진료법은 연간 3만 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야당은 ‘일자리 창출 수치가 뻥튀기 됐다고 폄하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기업 투자가 대거 이뤄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원샷법, 관광진흥법의 경우 타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총선이 다가오면 정치 논리가 모든 것을 압도하기 때문에 일단 급한 것부터 빨리 통과되도록 여야와 정부가 협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사정 대타협에도 불구하고 노동법 5개 법안(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법은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야당과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다”면서 “(협상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도 사정이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좀비기업을 가려내야 하는 기업 구조조정이 ‘근거법 실종’으로 멈춰 설 위기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처리가 무산되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제도의 근거가 사라져 구조조정 수단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나 법정관리만 남게 된다.

다음달 예비인가를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확대를 위한 은행법 논의도 갈 길이 멀다. 내년에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는 의결권 제약을 받아 제대로 된 경영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통한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당국의 ‘구상’이 토대부터 틀어지게 된다.

금융권이 원하는 비대면 실명 인증 및 소비자 피해 분담 규정 등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도 심의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서비스 혁신을 하려고 해도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인한 각종 규제 때문에 할 수가 없다”고 읍소한다. 대부업법 개정안의 경우 금융 당국과 여당은 현행 이자 상한선 34.9%를 29.9%로 낮추겠다며 법안 개정을 발의했지만 야당은 대부업체와 여신금융업체의 이자율 상한을 차등해야 한다며 반대한다. 대부업법상 금리 상한 규제도 올해가 일몰이어서 법 개정이 불발되면 대부업체의 금리 상한 규제가 사라지게 된다.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5-11-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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