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사설] 여야, 설 홍보 앞서 민심이나 똑바로 살피라

[사설] 여야, 설 홍보 앞서 민심이나 똑바로 살피라

입력 2016-02-05 16:40
업데이트 2016-02-05 23:5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즐거워야 할 설 연휴지만 국민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했어도, 1월 수출 실적이 지난해보다 18.5%나 급감했다는 소식에 모든 경제 주체의 가슴은 더욱 철렁했다. 각자의 주머니 속은 더욱 썰렁해 귀성을 앞두고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선뜻 집어 들지 못한 채 들었다 놓았다만 반복하는 모습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자리가 있는 사람은 그래도 사정이 낫다. 이른바 ‘청년 고용 절벽’이 심화하면서 젊은 층은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집안 어르신을 만나는 것이 오히려 고통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삼포세대’라는 신조어에 국민이 가슴 아파했던 것도 벌써 몇 년 전이다. 연애, 결혼, 출산에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했다는 ‘오포세대’에 이어 오늘의 젊은이들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칠포세대’로 자조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진정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정치권에 묻는다.

정치에 발목이 잡힌 대한민국의 국정은 지금 마비 상태에 가깝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하려는 제도적 개선 방안은 대안 없는 야당의 반대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존심도, 명분도 모두 내팽개치고 이합집산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고 국민의당이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여전히 구시대적인 계파정치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도 다르지 않다. 총선을 치르기 위한 필수조건인 선거구 획정마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정치권이 국민을 챙기기는 고사하고 제 앞가림할 능력조차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여야가 그제 이른바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일종의 ‘쇼’를 연출한 것도 1월 임시국회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이자 야합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손톱만큼이라도 반성이 있다면 설 연휴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 내려가 먼저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순리다. 하지만 여야는 오히려 ‘설 민심을 끌어안겠다”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니 어이없다. 새누리당은 정책 홍보물에 공무원의 보상체계를 개선하고 소방·경찰 공무원과 집배원의 위험수당을 인상한 것을 성과로 내세웠다고 한다. 민생 개혁에 실패하고 일부에만 집중된 혜택을 강조해 국민 대부분에게 박탈감을 주는 선거운동은 누가 생각해 낸 것인지 궁금하다. 더민주는 어르신의 표심을 잡겠다며 전국 곳곳에 플래카드를 붙였다. 사사건건 민생 개혁에 훼방만 놓다가 총선을 목전에 두고 말 한마디로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그 배짱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전혀 과장 없이, 정치가 꿈과 희망을 주기 바라는 국민은 이제 대한민국에는 없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케 하고 상호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사전적 의미의 정치도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정치인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설연휴 국민의 마음을 읽는 데 진력하기 바란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실천하는 제스처라도 보일 때 표심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2016-02-06 23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