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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살균제’ 세퓨 인터넷 보고 졸속제조…“가내수공업 수준”

‘죽음의 살균제’ 세퓨 인터넷 보고 졸속제조…“가내수공업 수준”

입력 2016-04-29 10:31
업데이트 2016-04-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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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자 “인터넷·논문 등 보고 만들어”…친환경 살균제로 포장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27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가 인터넷 등에서 돌아다니는 정보를 활용해 안전성 검사 없이 졸속으로 제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세퓨를 만든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씨는 2005년 감염예방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버터플라이이펙트’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가습기 살균제를 회사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살균제 제조 등에 문외한이던 오 전 대표는 주로 인터넷 관련 사이트를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퓨’의 원료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제조 방법 역시 인터넷과 옥시 제품 용기에 표기된 성분, 국내외 논문 등 여러 자료를 참고했다.

PGH라는 살균제 원료는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개발됐는데 당시 거의 유일하게 덴마크 케톡스사가 해당 물질을 함유한 살균제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PGH의 독성은 옥시 제품의 원료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4배가량 높다.

하지만 PHMG와 달리 한 번에 다량을 마셔도 거의 무해하고 피부와 눈에 대한 자극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흡입 독성 가능성은 전 세계 어디에도 실험된 기록이 없다.

그는 PGH가 가습기를 통해 공기 중에 분무 됐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사실상 무시하고 이와 같은 원료 정보만으로 PHMG보다 훨씬 안전한 성분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원료수입업자 김모씨를 통해 케톡스에서 PGH를 대량 수입한 뒤 물을 적당히 배합해 사실상 직접 ‘세퓨’를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직원 10명 남짓한 영세기업으로 제조·연구를 담당하는 전문인력도 없었다고 한다.

살균제 비전문가가 아무런 제지 없이 마치 가정에서 간단한 음식을 요리하듯이 인체에 치명적인 제품을 만들어 판 것이다. 법·제도 미비로 정부의 인증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세퓨는 정상적으로 제품을 기획해 제조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버터플라이이펙트는 기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정도의 구멍가게 수준으로 사실상 가내수공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세퓨는 2009년부터 폐손상 사망 사태가 불거진 2011년까지 3년여간 주로 인터넷 매장에서 판매됐다.

오 전 대표는 세퓨를 ‘친환경 프리미엄 가습기 살균제’로 버젓이 광고했다.

‘유럽연합(EU) 인증을 받은 최고급 친환경 살균 성분인 PGH 사용’, ‘국제표준 안전성테스트 완료’,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시에도 안전’ 등의 허위·과장 광고도 성행했다.

하지만 세퓨는 강한 흡입독성 때문에 짧은 시간 상당한 인명피해를 냈다. 폐손상 사망 규모로만 보면 옥시(70명), 롯데마트(16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8일 소환 조사에서 오 전 대표가 안전과 관련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채 제품을 판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허위·과장 광고에 따른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검찰은 이날 옥시의 광고담당 직원 이모씨와 연구소 직원 김모씨 등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내달 2일에는 옥시 측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만든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와 옥시측 광고담당 전 직원 유모씨 등 3명을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아울러 수사 확대에 따라 특별수사팀에 검사 2명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 1월 검사 6명으로 출발한 수사팀은 최근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등에서 검사 3명을 파견받아 9명의 진용을 갖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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