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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대물림’…원영이 계모 “나도 새엄마한테 많이 맞았다”

‘학대 대물림’…원영이 계모 “나도 새엄마한테 많이 맞았다”

입력 2016-04-29 16:07
업데이트 2016-04-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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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스학대’ 계모 “제대로 가르치려면 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술전문가 “잔인한 학대, 맞은 경험·불행한 가정환경 투영된 것”

끔찍한 ‘락스학대’ 끝에 7살 신원영 군을 숨지게 한 계모 김모(38)씨가 검찰 조사에서 자신도 새엄마로부터 학대당했다고 밝힌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원영이의 계모 김씨는 기소 전 검찰 조사과정에서 “나도 어렸을 때 잘못하면 계모에게 많이 맞았다. 그런 경험 탓인지 아이가 잘못하면 때려야만 제대로 훈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 시절 친아버지와 계모, 배다른 남동생 등과 함께 살아온 김씨는 우울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가족과 대화는 거의 없었고, 청소년기 방황하면서 가출도 여러 번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가족들과 완전히 왕래를 끊고 혼자 살았다.

김씨를 조사한 평택경찰서 한 형사도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부분이어서, 김씨의 가족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조사과정에서 김씨가 ‘계모 밑에서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방황을 많이 했다’는 말은 했다”고 귀띔했다.

2013년 원영이 친부 신모(38)씨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원영이 남매를 맡게 된 그는 처음엔 자신도 새어머니 밑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남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내 본성을 드러냈다.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시로 회초리를 들거나 밥도 제때 주지 않는 등 학대를 일삼았다. 학교도 제때 보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은 원영이를 집안 화장실에 가둬놓고 락스를 뿌리는 등 상식을 벗어난 수준으로 학대하다가 지난 1월 31일에는 원영이가 옷에 대변을 봤다는 이유로 찬물을 끼얹고 내버려둬 결국 숨지게 했다.

시신을 열흘 넘게 베란다에 유기했다가 암매장했다.

전문가는 김씨의 이 같은 잔인한 학대 행위가 어릴 적 계모에게서 맞은 경험과 불행했던 가정환경이 투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배영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부모교육 주임교수 겸 좋은부모 나눔실천협회 회장은 “원영이 계모 사건을 보면 자신의 가정환경이 결국 자녀에게 ‘학대’로 대물림됐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라면서 “부모에게 억압받고 학대받고 자란 사람들은 스스로 의식하지 않는 이상 자신도 모르게 자녀에게 또 다른 대물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맞으면서 자랐는데 아이도 한두 대 맞는 것쯤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녀에 대한 존중감이 부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국선 변호사는 “김씨의 양육 환경 등 자세한 사항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며 “양형과 관계가 있는 부분이니 재판과정에서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원영이 사건’ 첫 공판은 내달 27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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