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포토 다큐] 청춘 쫄지마라 시작은 축제다

[포토 다큐] 청춘 쫄지마라 시작은 축제다

최해국 기자
입력 2016-09-25 22:46
업데이트 2016-09-26 00:0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입대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청년들과 사랑하는 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가족의 입가에 모처럼 웃음꽃이 핀다. 배웅하러 나온 친구들의 웃음소리는 가을 하늘만큼이나 청량하다. 아쉬움 가득한 이별의 장, 그래서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기억 속의 그곳이 맞나 싶다.

이미지 확대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입소식에서 입영 장정들이 부모님들께 건강히 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겠다며 힘차게 경례하고 있다.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입소식에서 입영 장정들이 부모님들께 건강히 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겠다며 힘차게 경례하고 있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대한민국 남자로 새 출발을 하는 곳, 입영 현장이 달라지고 있다. 처음 맞닥뜨리는 군 생활에 대한 불안감과 사랑하는 이를 낯선 곳으로 보내야 하는 안타까움은 여전하지만 보다 단단한 미래를 위한 도전을 다짐하는 청춘들의 열정이 있다. 떠나는 이도, 보내는 이도 슬픔만 있었던 옛날의 모습이 아니다. 전국 19개 입영부대에서 열리는 입영문화제가 축제 분위기를 만들며 변화의 계기가 됐다.

2011년부터 시작된 입영문화제는 입대자들을 격려하고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병무청 주관으로 마련됐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입영의 불안감과 안타까움을 녹인다. 메인 이벤트인 문화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운 뒤 입대자가 부모님을 업고 걷는 ‘어부바길’, 부모님의 발을 씻어드리는 ‘세족식’, 입대자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 쓰기, 가족·연인·친구와의 추억을 담는 즉석사진 찍기 등이 펼쳐진다.

이미지 확대
입소식이 열리는 연병장으로 향하는 길에 반려견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한 입영 장정.
입소식이 열리는 연병장으로 향하는 길에 반려견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한 입영 장정.


이미지 확대
입영문화제가 열리는 동안 한 입영자가 외국인 여자 친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입영문화제가 열리는 동안 한 입영자가 외국인 여자 친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 확대
102보충대 입영소로 향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파이팅을 하고 있다.
102보충대 입영소로 향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파이팅을 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 마지막 입영문화제’가 열린 지난 20일. 927명의 입영 장정과 가족 등 모두 4000여명이 부대를 찾았다. 행운권 추첨에 이어 입대자의 여자 친구들이 변치 않는 사랑을 다짐하는 이른바 ‘고무신’ 선서가 본 행사에 앞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군악대의 모듬북 공연을 시작으로 걸 그룹의 노래와 댄스공연이 이어지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1군사령부 장병들의 태권도 시범이 열린 10분간은 묘기에 가까운 동작에 함성과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이미지 확대
충남 논산 입영심사대 ‘어부바길’에서 한 입영자가 어머니를 업고 부대로 들어가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충남 논산 입영심사대 ‘어부바길’에서 한 입영자가 어머니를 업고 부대로 들어가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미지 확대
박창명(왼쪽) 병무청장이 102보충대 입영문화제에서 군대에 아들을 보낸 부모님들께 하트 모양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박창명(왼쪽) 병무청장이 102보충대 입영문화제에서 군대에 아들을 보낸 부모님들께 하트 모양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논산 연무회관 광장에서 가수 이경록과 록밴드의 열정적인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논산 연무회관 광장에서 가수 이경록과 록밴드의 열정적인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이날 입대한 박철웅(22)씨는 “문화제의 여러 프로그램을 친구들과 같이 즐기면서 입대 전 가졌던 긴장감이 많이 풀렸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 있게 군 생활을 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춘천 102보충대는 1951년 창설 이래 65년간 260여만명의 장정이 거쳐 갔다. 송중기, 유승호 등 최고의 인기스타들도 여기서 군인이 됐다. 102보충대는 부대별 입영제 시행에 따라 27일 마지막 입영 장정을 받은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창명 병무청장은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 병역에 대한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입영문화제 취지를 살려 앞으로도 입대자들이 새 출발을 다짐하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 입대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린 가운데 ‘어부바길’을 걸은 서인동(19)씨는 “부모님께 효도 한 번 못하고 떨어져 지내야 하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면서 “그래도 어머니가 처음으로 제 등에 업혀 좋아하시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장정들이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를 업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어릴 적 가을운동회를 연상케 했다.

입대자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 쓰기에서 막내아들을 군에 보내는 유혜연(53·여)씨는 평소 아들을 생각할 때마다 휴대전화에 하나둘 저장해 놓은 문구를 한 글자씩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유씨는 “막내라 걱정이 많았는데 아들의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지금처럼 건강하고 밝게 군 생활 잘하고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논산에서 열린 입영문화제는 비보이 댄스 그룹과 가수 이경록의 열정적인 무대로 막을 내렸다. 참가자들은 입소식이 열리는 연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장정들은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 표정은 9월의 푸른 하늘만큼이나 맑고 높아 보였다.

글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2016-09-26 19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