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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되면 과로기준 시간도 줄어들까

노동시간 단축되면 과로기준 시간도 줄어들까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7-10-22 18:11
업데이트 2017-10-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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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과로 등 판정 시간 기준 변화 쉽지 않을 듯

일주일에 68시간인 법정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는 정부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현재 과로 판단 업무시간 규정도 줄어들지에 관심이 쏠린다. 법정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되면 현재 고용노동부가 정하고 있는 만성과로 기준인 주당 60시간(발병 전 2주간), 주당 64시간(발병 전 4주간)과 큰 괴리가 발생한다. 하지만 과로 판정 시간 기준이 줄어들기까지는 기업 부담 과중, 과로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의 벽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고용부에 따르면 과로사(뇌심혈관계질환 업무상질병) 기준을 개선하고 유가족의 입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의 국회 통과를 강조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관련 제도 개선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주 고용부 장관도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빠른 판정보다 제대로 된 판정이 중요하다. 현행 제도 개선에 100% 공감한다”며 과로사 심의 체계 등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심의 체계 개선과는 달리 과로 판정 시간 기준이 현재보다 줄어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보다 시간 기준을 낮춘 상태에서 과로가 산재로 인정되기 시작하면 기업들의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으로 ‘일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인식보다 ‘늦은 시간까지 오래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 2008년 과로 기준을 낮추기 위한 시도가 장시간 노동에 대한 관대한 인식 등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되기도 했다. 고용부가 2008년 진행한 과로 기준 연구에서 당시 원종욱 연세대 의대 교수팀은 급성과로(24시간 내 스트레스성 사건 발생), 한시적 단기 과로(발병 전 1주일간 주당 60시간), 만성과로(발병 전 12주간 주당 52시간) 기준을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연구를 평가한 위원들은 “일주일간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근무한 것이 극심한 과로로 작용해 건강한 사람에게 갑자기 뇌심혈관질환을 발병하게 할 것이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고용부 또한 2013년에야 만성과로 기준만 개정했다.

하지만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면 법으로 정한 노동시간과 비교해 일주일에 8~12시간이나 더 오래 일해야만 과로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과로 판단 시간 기준은 실제 업무시간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법정 근로시간과 일부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장시간 근무와 뇌심혈관계질환의 연관성은 의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법으로 정한 근로시간이 단축된다면 현재 과로 판단 시간도 현재보다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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