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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아소 스트레스 영아 돌연사 위험

탁아소 스트레스 영아 돌연사 위험

이석우 기자
입력 2018-02-22 22:42
업데이트 2018-02-23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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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연구진 3세 미만 사망 분석

돌연사 절반, 위탁 한달내 발생
적응기간 없이 환경변화 영향
부모와 탁아시간 늘려나가야

“탁아 장소 변경 등 갑작스럽게 달라진 보육 환경이 아이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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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를 별다른 적응 기간 없이 탁아소나 영·유아원에 맡길 경우, 아이의 돌연사 위험이 높아진다는 경고가 나왔다. 일본 NHK가 전근·복직·이동 등이 활발한 3월을 앞두고 영·유아의 돌연사를 다뤄 젊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영·유아를 떼어놓고 직장에 복귀하려는 맞벌이 엄마 등이 늘어나는 시기를 맞아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가 아이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경고다.

NHK는 타마북부의료센터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영·유아의 돌연사 가운데 전체의 3분의1에 해당하는 32%가 맡겨진 지 1주 이내에 발생했고, 1개월 이내에 일어난 돌연사도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고 전했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를 맡긴 첫날 사망한 경우는 전체의 14%, 이틀 째 7%, 3일에서 일주일 내 9%, 8일에서 한 달 내 21% 등이었다. 일본 내각부 통계에 따르면 보육 시설에 맡겨진 영아가 수면 중 사망하는 등 돌연사한 경우가 2007~2016년 10년간 146건이 보고됐다.

영·유아를 엄마 품에서 떼어 내 유아원 등에 맡긴 초기에 돌연사의 위험성이 높다는 사실은 미국 연구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 소아과학회 보고에 따르면 부모 이외의 보육 환경 아래에서 일어난 영아의 돌연사 가운데 약 3분의1은 일주일 이내에 발생했다.

NHK는 미국 연구에서 맡긴 초기 단계에 왜 돌연사가 많았는지에 대한 이유로 낯선 환경과 식사, 잠자리 등이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영아의 돌연사를 연구해 온 타마북부의료센터 오보나이 토시마사 부장은 “아이는 성장하면서 낮선 환경에 순응하는 힘을 갖게 되지만, 그런 경험이 적은 3세 미만의 영아들에게는 보호자로부터 떨어져서 혼자 보육원에 들어가는 것이 상상 이상의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보나이 부장은 “초기에 갑작스러운 죽음이 많았다는 것이 각국 연구의 공통점”이라면서 “처음 1개월에 대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를 맡길 때 탁아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고 부모들이 최소 1~2주일 동안 보육원이나 탁아 장소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같이 있는 시간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방법을 권했다.

NHK는 나라현의 ‘카타오카의 마을 어린이 집’을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이 보육원에서는 탁아 시간을 두 시간에서 반나절 등으로 조금씩 늘려 갔고, 첫 2주는 영·유아들에게 각각 담당 교사를 붙여 일대일로 돌보도록 했다. 또 영·유아를 새로 받아 들일 경우, 엄마 등 보호자가 1개월 정도의 시간을 갖고 아이와 함께 보육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같이 있는 시간을 서서히 줄여 나갔다.

가와사키시의 한 보육원도 3주 동안은 엄마 또는 아빠가 영·유아와 일정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서서히 낮선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 돌연사 예방교육 추진회’의 나카무라 노리코는 NHK에 “육아 휴직을 마친 뒤 업무에 복귀하는 부모들은 일과 육아의 양립으로 여유가 없어지기 쉽지만 낮선 환경에 맡겨진 영·유아 역시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영·유아가 새로운 시설과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 엄마 또는 아빠가 함께하고 지켜볼 수 있는 사회와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맞벌이 부부가 늘고 영·유아의 탁아도 확산되면서 영·유아의 돌연사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들의 돌연사 방지를 위한 탁아 방식과 방법, 사회적 인식 등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8-02-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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