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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Zoom in] 日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갈등 2R

[월드 Zoom in] 日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갈등 2R

김태균 기자
입력 2018-08-09 22:44
업데이트 2018-08-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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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주도한 오나가 지사, 췌장암 별세

후임선거 2개월 앞당겨져 새 국면으로
지지파 인물난… 정부 추모 장기화 우려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계속돼 온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기지 이전에 반대하며 정부와 대립해 온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현 지사가 지난 8일 갑자기 사망하면서 ‘조기 선거’라는 중대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오나가 지사는 미군기지 반대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회사원 출신으로 오키나와현 의원, 나하 시장 등을 거친 그는 2014년 11월 ‘미군기지의 헤노코 이전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임기 만료를 석달 앞둔 6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일본은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다. 4만명의 미군이 113개 기지에 배치돼 있다. 주한미군의 1.4배 수준이다. 이 중 70%가 최남단인 오키나와에 집중돼 있다. ‘류큐’라는 이름의 왕국이었다가 1879년 일본에 식민지로 합병된 오키나와는 전후 미군의 극동 지역 군사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본토의 차별에 대한 반발은 물론이고 잇따른 미군 범죄와 항공기 사고 등으로 반미 정서도 강하다.

후텐마 비행장의 헤노코 지역 이전 반대 투쟁은 그런 갈등의 꼭짓점이었고 그 위에 오나가 지사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시가지 한가운데에 위치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으로 불리는 후텐마 기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자 1999년 이를 오키나와 내의 나고시 헤노코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헤노코 기지 역시 주민 안전에 위협이 되는 데다 환경 파괴가 심각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오나가 지사는 당선된 뒤 헤노코 기지 이전을 위한 정부의 부지 매립 승인을 철회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최고재판소는 이 조치가 위법이라고 판결했고, 기지 건설 공사는 강행됐다. 오나가 지사는 기지 이전 무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올 4월 췌장암이 발견됐다.

이제 관심은 당초 예정보다 2개월 앞당겨져 다음달 치러질 차기 지사 선거에 쏠리게 됐다. 오나가 지사를 다시 옹립해 11월 재선에 도전시키려던 지지파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오나가 지사만큼 존재감 있는 후보를 찾기란 현재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선거에서 지사직을 탈환해 일사천리로 일을 추진하려던 정부·여당 또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오나가 지사에 대한 유권자들의 추모 열기가 길어질 경우 선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헤노코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오는 17일쯤 매립 해역에 토사를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오나가 지사의 사망에 따라 시기 변경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8-08-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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