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프랑스 어딘가 묻힌 부엉이 조각 25년째 찾아 헤매는 이들

프랑스 어딘가 묻힌 부엉이 조각 25년째 찾아 헤매는 이들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8-12 12:06
업데이트 2018-08-12 12:0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금과 은으로 만든 부엉이 조각 오리지널. 프랑스 어딘가에 작가 막스 발렌틴이 묻어놓은 동으로 만든 조각을 찾아내는 이에게 주어질 것인데 25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과 은으로 만든 부엉이 조각 오리지널. 프랑스 어딘가에 작가 막스 발렌틴이 묻어놓은 동으로 만든 조각을 찾아내는 이에게 주어질 것인데 25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어딘가에 묻혀 있는 부엉이 조각 동상(銅像)을 찾기 위한 노력이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작가 막스 발렌틴이 자기만 아는 프랑스 본토에 숨겨놓은 뒤 1993년 펴낸 일러스트레이션 책 ‘Sur La Trace de La Chouette d’Or(황금 부엉이 사냥)’에 실어 일종의 수수께끼를 냈다. 찾아내는 이에겐 똑같은 모양에 금과 은으로 만든 조각 오리지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찾아내는 사람에겐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보물 사냥을 매듭지었다는 더 큰 명예가 주어질 것이라고 영국 BBC가 전했다.

당시 이런 일은 일종의 유행이었다. 영국 예술가 키트 윌리엄스가 앞서 베스트셀러 ‘마스쿼레이드’에 여러 가지 눈에 띄는 단서들을 흘려 독자가 황금토끼 목걸이를 찾아내게 했다. 그는 1979년 황금토끼목걸이를 파묻었는데 결국 30년 뒤 자신에게 돌아왔다.
키트 윌리엄스가 1979년 숨겨놓은 지 30년 만에 되찾은 황금토끼 목걸이.
키트 윌리엄스가 1979년 숨겨놓은 지 30년 만에 되찾은 황금토끼 목걸이.
황금 부엉이 사냥에는 모두 12개의 수수께끼가 실렸는데 그 가운데 다른 11가지는 모두 해결됐지만 이 부엉이 조각상은 4반세기가 흐르도록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전히 부엉이 조각을 찾는 이들이 있다. 이름하여 ‘chouetteurs’. 그들은 인터넷에서 공짜로 관련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자신들만의 채팅 포럼을 만들어 가설을 교환하고 연례 모임도 갖는다. 모의법정을 열어 가설을 주장하고 반박하기도 한다.

‘A2CO’ 모임의 창립 멤버인 피에르 블로흐는 “1993년부터 찾고 있다”며 “당시에 우리는 책이 나온 지 3개월 만에 찾기 시작해 남들보다 빨리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렇게 될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부엉이 추격자들처럼 블로흐도 자신의 가설을 좇아 중부 부르주 시의 이곳저곳을 파헤치기도 했다. 엔지니어로 은퇴한 그는 이제 온라인 문헌을 뒤져 새로운 단서를 찾는 데 열중하고 있다.

11가지 수수께끼들은 프랑스의 한 마을로 귀결되며 12번째 수수께끼는 11번째까지 것들에서 이용되지 않은 실마리들을 풀면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있게 돼 있다. 인터넷으로 여러 아이디어들을 모은 결과 여러 수수께끼들에 이미 답이 제시돼 있다는 점에 합의가 이뤄졌다.
막스 발렌틴의 책 속에 삽화를 그려넣은 미셸 베커의 삽화 가운데 하나. 그 역시 은닉 장소를 모른다고 말했다.
막스 발렌틴의 책 속에 삽화를 그려넣은 미셸 베커의 삽화 가운데 하나. 그 역시 은닉 장소를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블로흐는 “요점은 발렌틴은 책들을 참고로 삼아 수수께끼들을 만들었는데 지금 우리는 그가 접근할 수도 없었던 정보들에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미있는 것은 발렌틴이 초기 인터넷인 미니텔(한국의 하이텔 같은 것일지 모른다)에서 몇년 동안 독자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사냥꾼들의 질문에 답했다는 것이다. 일련의 답들이 쌓여 일종의 선지자 말씀처럼 통한다.

선지자 발렌틴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9년 전 세상을 떠났는데 밀봉된 봉지에 답을 적어놓고 유족들에게 전했다. 답을 알지 모르는 한 사람은 화가 미셸 베커인데 책의 삽화를 그리고 직접 부엉이상을 조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4년 전 원형인 금과 은으로 만든 조각상을 팔려고 시중에 내놓아 chouetteurs가 들고 일어나는 사태를 야기했다. 법원은 조각 소유권이 미래의 승자에게 있다며 판매 시도를 중단시켰다. 그 역시 은닉 장소를 알지 못한다고 밝혀 현재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정확한 장소를 아는 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은닉 장소가 재건축 등으로 형태가 바뀌었을 수 있으며 실마리들이 너무 흐릿해 끝내 눈에 띄지 않거나 아예 처음부터 거짓이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chouetteurs은 발렌틴 스스로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1996년 그는 “만약 모든 탐사꾼들이 지혜를 총동원하면 금방, 두 시간 안에 부엉이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