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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의 반격… “교황의 성학대 은폐 주장은 정치적 조작극”

교황청의 반격… “교황의 성학대 은폐 주장은 정치적 조작극”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8-10-08 23:04
업데이트 2018-10-0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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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폭로’ 비가노 대주교에 공개서한

우엘레 “중상모략”… 6주 만에 첫 대응

폴란드, 성폭행 장소 표기한 지도 발간
“정부·교회 향해 조속한 대책 마련 압박”

프란치스코 교황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동안 침묵했던 교황 측은 7일(현지시간) 교황이 고위 사제의 성학대를 은폐했다는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의 주장을 ‘근거 없는 정치적 조작’이자 ‘교회를 분열하게 한 가증스러운 행위’로 낙인찍었다. 교황청의 이번 대응은 교황이 성학대 은폐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검토를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일각에서는 교황 측이 비가노 대주교에게 대대적인 역공을 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교황청의 핵심 부서인 주교성 장관직을 수행 중인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이 비가노 대주교 앞으로 3페이지 분량의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 서한은 비가노 대주교가 교황을 겨냥해 의혹을 제기한 지 6주 만에 나온 교황청의 첫 공식 반응이다.

반(反)교황파로 알려진 비가노 대주교는 지난 8월 25일 공개한 11페이지짜리 공개서한에서 교황이 시어도어 매캐릭 전 미국 추기경의 성학대 사실을 묵인했으며,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비가노 대주교는 이후 지금까지 모처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

우엘레 추기경은 이날 서신에서 비가노 대주교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비가노 대주교가 교황을 중상모략했다고 주장했다. 우엘레 추기경은 “당신(비가노 대주교)의 비난은 어떤 사실에도 기반하지 않은 정치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교회에 상처를 남기고, 신자들을 분열하는 가증스러운 반역으로 성직자로서의 삶을 끝내서는 안 된다. 증오를 키우는 대신 피난처에서 나와 회개하고 선한 감정으로 하나님께 돌아오라”고 권고했다.

우엘레 추기경은 전임 교황이 매캐릭 추기경에게 내린 징벌을 교황이 거두어들였다는 비가노 대주교의 주장에 대해 “교황청 내부 모든 자료를 검토했으나, 전임 교황들이 매캐릭 추기경에게 제재를 부과했다는 어떤 기록도 찾지 못했다”며 “비가노 대주교의 서신은 허위”라고 반박했다.

우엘레 추기경은 비가노 대주교가 지난 2013년 6월 23일 교황에게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학대 사실을 보고했다는 주장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우엘레 추기경은 “교황은 그날 전 세계에 나가 있는 교황청의 모든 대사를 즉위 후 처음 만났다. 엄청난 분량의 정보를 말과 글로 접한 것을 고려할 때 교황이 당시 은퇴한 지 7년이나 지난 82세의 매캐릭 전 추기경에게 특별히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지난 6일 교황청 문서 보관소에 존재하는 매캐릭 전 추기경과 관련된 자료를 모든 자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을 둘러싼 성 학대 추문에 대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AP통신은 이날 폴란드의 사제 성학대 피해자 아동 보호 단체 ‘해브노피어’가 15세 이하 어린이 255명이 성폭행을 당한 장소를 표기한 지도를 발간했다고 전했다. 단체 측은 정부와 교회에 조속한 성학대 대책 마련을 압박하려고 이 지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8-10-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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