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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부리에 맞선 로메로 대주교 성인 추대에 엘살바도르 축하 물결

총부리에 맞선 로메로 대주교 성인 추대에 엘살바도르 축하 물결

임병선 기자
입력 2018-10-14 11:51
업데이트 2018-10-1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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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내전 때 우익 장교들에 항거하다 의롭게 생을 등진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가 성인으로 추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 마당에서 열리는 시성식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6세와 함께 로메로 대주교를 성인으로 추대하는데 행사를 몇 시간 앞두고 산살바도르 교회들에는 로메로 주교를 추모하고 성인 추대를 축하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로메로 살바도르 대주교는 1980년 3월 미사를 집전하다 우익 군인들에게 총부리가 겨눠지는 수모를 당했다. 평소에 좌익이건 우익이건 민간인에 폐를 끼치는 행위를 공개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그는 결국 우익 군인들의 총에 스러졌다.

그의 죽음은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고 엘살바도르 내전을 격화시켜 12년 동안 7만 5000명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그는 병사들에게 양심에 귀를 기울여 부당한 명령에는 복종하지 말라고 평소에도 강조해 지금도 일부 극우 집단으로부터 “신부로 변장한 게릴라”로 폄하되고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8년이 됐지만 살바도르인들은 그를 사살한 군인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지 않은 것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1992년 사면 처분을 받았다.

그를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중남미 전역의 가톨릭 교회를 중심으로 이어왔다. 하지만 극우 집단은 가톨릭 성인이라면 순교하거나 한 가지 이상의 기적을 행해야 했는데 그의 순교는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행동의 결과였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해 이를 막아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엘살바도르 다큐영화 제작자인 마르셀라 사모라가 가슴에 새긴 로메로 대주교 문신을 보여주고 있다. 산살바도르 로이터 연합뉴스
엘살바도르 다큐영화 제작자인 마르셀라 사모라가 가슴에 새긴 로메로 대주교 문신을 보여주고 있다.
산살바도르 로이터 연합뉴스
엘살바도르 여인들이 로메로 대주교의 초상을 배경으로 셀피를 찍고 있다. 산살바도르 AFP 연합뉴스
엘살바도르 여인들이 로메로 대주교의 초상을 배경으로 셀피를 찍고 있다.
산살바도르 AFP 연합뉴스
산살바도르의 버스 좌석에도 로메로 대주교의 초상이 들어간 덮개가 씌어져 있다. 산살바도르 로이터 연합뉴스
산살바도르의 버스 좌석에도 로메로 대주교의 초상이 들어간 덮개가 씌어져 있다.
산살바도르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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