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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사우디 “카슈끄지 암살 아닌 심문 중 사고사” 입 맞추기

트럼프·사우디 “카슈끄지 암살 아닌 심문 중 사고사” 입 맞추기

이석우 기자
입력 2018-10-16 22:28
업데이트 2018-10-1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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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승인없이 진행된 작전” 책임 회피

트럼프, 살만과 통화 후 “독자적 살인범”
美 125조원 규모 무기계약건 의식한 듯
사우디 간 폼페이오 “투명한 수사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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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2주 만에… 현장 수색
실종 2주 만에… 현장 수색 터키 경찰관들이 15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 앞에서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의혹과 관련한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현장 수색은 카슈끄지가 지난 2일 영사관에 들어간 후 실종된 지 2주일 만에 이뤄졌다.
이스탄불 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반(反)체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죽음이 일종의 사고사였다는 발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왕실이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살만 빈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통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범인은 (왕실과 무관한) 독자적인 살인범일 수 있다”면서 ‘멍석’을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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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미국이 입을 맞추고 나온 데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를 제재했을 때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와 사우디의 막대한 ‘오일머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지난해 5월 미국으로부터 1100억 달러(약 125조원) 규모의 무기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이 사건 조기 수습 의지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전격 사우디 방문으로도 확인됐다. 16일 사우디 리야드에 도착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살만 사우디 국왕,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 수뇌부를 만났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날 살만 사우디 국왕과 카슈끄지 실종 사건과 관련해 통화한 직후 폼페이오 장관을 리야드로 급파한 것이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폼페이오 장관이 살만 국왕에게 언론인 실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면서 사우디 정부가 이 사건을 적시에 투명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성실히 지원한 데 감사를 표했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CNN 등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가 숨진 사실은 인정하되, 그 책임을 일부 인사에게 전가하려 한다”면서 “카슈끄지는 심문 도중 문제가 생겨 숨졌으며, 이 작전은 왕실의 승인 없이 진행됐다는 보고서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정보기관의 한 관리가 카슈끄지를 살해했으며 이 관리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친구인 것은 우연이라는 식의 ‘시나리오’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심문 또는 사우디로의 범죄인 인도를 승인했다”면서 “사우디 정보당국 관리는 비밀 작전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고 싶어했으나 불행히도 무능한 사람이었다”고 WP에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인 살인자들’이라는 표현과 맞아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살만 국왕과 20여분간 전화로 대화를 나눈 뒤 기자들을 만나 “사우디 국왕이 진짜로 사건의 진상을 알지 못했을 수 있다. 범인이 독자적인 살인자들일 수도 있다”면서 “살만 국왕과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죽음을 모르는 것처럼 들렸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카슈끄지가 사고로 숨졌다는 이야기는 사건 초반 각국이 발표한 내용과 상충한다”면서 “터키 정부는 사우디가 15명의 암살 및 시신 해체조를 이스탄불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우디는 2주 넘게 카슈끄지의 사망 사실을 부인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NYT는 또 “사우디와 미국의 새 이야기는 카슈끄지의 행방불명이 야기할 사우디의 정치적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주에 개막하는 사우디 투자포럼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8-10-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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