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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최저임금이 아니라 일자리…그게 우리 아이들에겐 최고의 복지죠”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최저임금이 아니라 일자리…그게 우리 아이들에겐 최고의 복지죠”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8-11-05 15:13
업데이트 2018-11-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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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째 장애학생 교육 현장 지킨 성순호 교장이 말하는 ‘특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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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순호 경은학교 교장이 2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애 학생을 비장애 학생과 분리해 교육하는 것은 대우가 아니라 차별이니 제대로 된 통합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순호 경은학교 교장이 2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애 학생을 비장애 학생과 분리해 교육하는 것은 대우가 아니라 차별이니 제대로 된 통합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요? 우리 아이들은 생산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업체 사정도 있고. 일부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도 아니죠. 그러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국가의 배려가 절실합니다. 단순 조립, 포장 등의 임가공 같은 일자리는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이 훨씬 더 잘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일자리 일부는 남겨둬야 합니다.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가서 일을 할 수 있게요. 그게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최고의 복지입니다.”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특수학교 교사가 무척이나 고생하는데도 특수학교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들이 간간이 터져나와 이들의 애환을 듣고 싶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에 있는 경은학교의 성순호 교장을 찾아갔다. 2008년 문을 연 경은학교는 지적장애학생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로, 유치원부터 초·중·고 및 전공과(성인 대상 전문과정)까지 5개 과정이 있다. 이 학교 스쿨버스에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벨’이 설치돼 있어서 학생이 차에서 내리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성순호 교장은 인터뷰 시작 때 긴 침묵 끝에 조심스럽게 말 문을 열었다. “특수학교 교사들끼리는 동병상련이랄까 애환을 나누는 차원에서, 학생 지도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일반인들이 특수학교 학생을 이상하게 보거나 가십으로 삼을까봐서 말을 못해요. 마음에 상처가 깊은 학부모님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조심스럽지요.” 특수학교 34년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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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은학교 정문 입구에 세워진 조순득 선생 송덕비.학교 부지를 기증했다
경은학교 정문 입구에 세워진 조순득 선생 송덕비.학교 부지를 기증했다
성 교장은 현역 특수학교 교사들 가운데 ‘최고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직후 열리는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둔 정부가 처음으로 특수교사를 공개 임용할때 교직에 첫발을 내딛었다. 전국 국공립 특수교사 임용고시(당시는 순위고사) 1기로 1985년 3월에 발령받았으니 올해로 34년째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교장으로 승진했다. 그의 학교 경력은 장애인 공교육과 역사를 같이하는 셈이다. 특수교육환경을 개선하고자 앞장서서 교사들 서명을 받고 민원을 낸 횟수도 많다. 이런 ‘연판장 이력’으로 특수학교 교사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하다.

- 지난해 강서구에서 집값 떨어진다고 특수학교 설립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학부모들이 무릎까지 꿇었어요.

→ 집값이 떨어지기는요. 오히려 더 올랐습니다. 우리 경은학교만 해도 주민 반대로 개교가 늦춰져 10년 만에 문을 열었는데 지금 주변 땅값이 몇 배로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있으면 임산부·노약자뿐만 아니라 다리를 삐거나 다친 사람도 이용할 수 있잖아요. “복지”나 “인권”을 입으로만 떠들기 전에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란 공익광고를 많이 해주면 좋겠어요. 일반 가정의 학부모들이 집에서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의 아이나, 장애 친구와 “놀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이런 차별적 인식이 아이들에게 주입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죠. 홍보나 공익광고를 통해 인식 개선에 적극 나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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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 토론회’에서 장애 학생 부모들이 지역주민 앞에 무릎을 꿇고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 토론회’에서 장애 학생 부모들이 지역주민 앞에 무릎을 꿇고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 특수학교 교사의 일과는.

→ 일반 학교와 거의 같습니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특수학교 초등과정 선생님들은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앞치마부터 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 특성상 지도하다 보면 침이나 음식물이 묻기도 하니깐. 앞치마가 거의 유니폼 수준입니다. 여기 초등학교에는 한 반에 교사 1명과 아동 6명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7명. 교원 자격증을 가진 교사로서 교육에 집중하려고 합니다만 보육, 심지어는 치료와 배움을 병행해야 할 학생도 꽤 있습니다.

잘 해나가는 학생이 많지만 개중에는 대소변을 못 가리거나 배변 후 뒤처리가 어려운 아이, 밥을 못 먹고 죽을 먹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숟가락질을 못해서 교사가 떠먹여 줘야 하는 아이도 있고. 하루종일 휠체어나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 자리에 앉지 않고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아이도 있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한 반에 학생이 6명이면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습니다. 순간 놓치면 사고가 날 수 있어 긴장의 연속입니다. 심지어 목의 가래를 제거하기 위해 석션을 해줘야 하는 아이들도 있지요. 석션은 의료행위로 자격증이 없는 교사가 할 일이 아니며, 교사들은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아이를 맡았을 때 엄청난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루에 많게는 7교시까지 긴장의 연속입니다.

- 학교에서의 아이들 일상은 어떻습니까.

→ 아이들 대부분은 학교버스로 등·하교를 하고, 학교버스가 도착하면 교직원들이 교실로 인도합니다. 교실에서는 일반 학교와 비슷합니다만 조금 다르다면 개인별 개별화교육계획에 맞춰 수업 및 생활지도가 이루어지는 겁니다. 자유학기제도 있고 주 2회 방과후학교도 있습니다.

경은학교는 전교생 200여 명 중에 몇 명을 제외하고는 1급 중증장애입니다. 특수학교에는 어느 학교든 다양한 형태의 부적응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행동을 보이기도 하지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소리를 질러 뭔가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끌고자 하기도 하고요.

가끔은 교사가 아이에게 갑자기 뺨을 맞기도 하고, 손가락을 물리기도 합니다. 이런 날은 하루 종일 우울하죠. 어떤 여교사는 한 아이가 갑자기 밀치는 바람에 쓰러져 꼬리뼈를 다치기도 하고. 다른 학교 이야기이지만 계단을 올라가는 여교사를 한 아이가 뒤에서 잡아 던지는 바람에 아주 크게 다친 일도 있지요. 언론엔 한 줄도 안 나지요? 대다수 교사가 “이런 장애가 있으니 특수학교에 올 수 밖에 없는 거지”하며 넘기기 때문이죠.

‘천직’으로 알고 다 감수하는 겁니다. 교장인 저만해도 오늘 한 아이가 안경을 확 낚아채 갔습니다. 눈이나 얼굴에 상처가 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깁니다. 어떤 아이들은 옆에 있는 다른 아이를 공격해 괴롭히는가하면 반대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얼굴을 계속 때려 피가 나거나 교실 벽에 머리를 꽝꽝 부딪히기도 합니다. 소리를 지르고, 다른 아이들의 책, 알림장 등을 찢어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그래서 다른 교실로 피신을 하기도 하지요. 정말 난감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장애로 인한 이러한 행동 때문에 교실에서는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학교버스에서는 안전한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등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는 겁니다.
공립 특수학교인 경은학교 전경. 경은학교 제공
공립 특수학교인 경은학교 전경. 경은학교 제공
- 정말 교육이 힘들겠군요.

→ 기자님은 이 학교 건물 밖에 혼자서 못 나갑니다(무슨 말인지 어리둥절 했다).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는 말입니다. 놀라셨겠지만, 건물 현관문은 지문인식 시스템이 도입돼 있습니다. 교사와 지원인력 지문은 등록돼 있고, 학부모님에겐 카드를 드리지만 학생들 지문은 등록돼 있지 않습니다. 무단으로 학교를 나가는 교출(校出) 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지요.

‘교출’은 공격성 행동보다 더 위험합니다. 일단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교문 밖은 자동차가 싱싱 달리고, 공사 현장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요. 무단 교출이 사고로 연결된 사례도 잊을 만하면 보고됩니다. 아이가 엉뚱한 차를 타는 바람에 경기도 학생이 부산에서 발견된 적도 있고….

현장학습이라도 가려고 하면 초긴장입니다. 덩치가 어른만한 아이에게 이름표를 달아주지만 떼버리는 학생이 많아 등에 연락처 등을 크게 붙여 놓기도 합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은 인권이니 차별이니 이런 시선으로 지적할 때 안타깝죠.

- 그래도 불미스러운 사건 보도도 많습니다.

→ 참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 들 때가 많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학교는 어떤 이유로도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에 즐겁게 배우러 오는 거지 맞으러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대부분의 교사들이 보람을 느끼고 열심히 가르치지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하지 않아야 더 잘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교사당 학생을 3명 이하로 지금의 절반으로 줄여야 합니다. 선진국에선 교사와 장애학생 비율이 거의 1:1입니다. 거기에 지원인력까지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현실에서 그건 꿈같은 이야기이고, 지원인력이라도 반마다 1명씩 배치해야 합니다. 또 특수학교의 교사 절반가량이 신분이 불안정한 기간제교사입니다. 일반 학교보다 기간제교사가 월등히 많습니다. 특수교육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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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특수학교 학생 현황. 교육부
2018학년도 특수학교 학생 현황. 교육부
- 인력 부족이 심각하군요.

→ 우리 학교에는 지원 인력으로 사회복무요원과 특수교육지도사가 있습니다. 34학급이지만 지원 인력은 사회복무요원 6명, 지도사 8명 뿐 입니다. 20개 학급이 지원인력이 없지요.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순번을 짜서 학급별로 돌아가며 수업 지원을 들어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도 다들 열정적으로 지원해 주셔서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도사의 경우는 연령대도 있고 계속 근무를 하니 장애학생 지원에 나름 노하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무요원은 나이가 20대 초반으로, 이제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거나 대학교 1,2학년을 다니다가 오니 사회 경험도 없고 어리잖아요. 이들 중에는 장애학생을 처음 만나는 경우도 있어 그들 또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아무리 덩치가 커도 장애가 있으니 조카 보듯 품어 달라”고 교육합니다만 개중에는 적응하지 못해 전출을 가기도 합니다. 반면에 어떤 사회복무요원은 느끼는 바가 있어 대학 전공을 사회복지 등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또 특수학교는 대부분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라는 전문 과정까지 5개 과정이 한 울타리, 같은 건물에 존재합니다. 만 3세부터 20세 이상까지 연령대에 맞게 학교가 분리되어 작은 학교로 운영되어야 하나, 아시는 바와 같이 특수학교 하나 설립하려면 무릎을 꿇어야 하니 학교 하나 개교할 때 유치원부터 성인까지 몰아서 설치하는 겁니다.

거기다가 관리자도 교장 한명과 교감 한명 뿐입니다. 교육청에서 보내는 초·중·고 공문이 다 옵니다. 이걸 읽을 시간도 없을 정돕니다. 학교가 학생을 위해 제대로 운영되려면 교감이라도 초등, 중등 별도로 최소 한 명 더 필요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이 복수 교감 요청을 했으나 행안부가 정원을 주지 않는 걸로 아는데, 이것도 특수학교에 대한 차별입니다.
연도별 특수교육 교원 증감 추이. 자료 교육부
연도별 특수교육 교원 증감 추이. 자료 교육부
- 병원학교 설립을 주장하던데.

→ 의료 인력의 지원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교육권 이전에 건강권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입니다. 교육과 치료가 동시에 필요한 아이도 있습니다. 여기는 의료기관이 아니고 학교이다보니 교육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시설과 인력이 필요한 만큼 구축되고 지원되어야 합니다. 장애 종류에 따라 요구되는 교육적 서비스가 모두 다른데 아무 조치 없이, 예를 들면 스스로 숨쉬기, 먹기, 이동하기, 배변하기, 심리정서 조절 등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어떠한 대책도 없이 무조건 학교에 배치만 하면 학교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학교는 지원인력도 부족하고, 의료진도 없고, 상담교사도 없으니 매일 살얼음판을 걸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장애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의료적 지원이 매 시간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필요하고, 갑자기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병원학교가 예산이 많이 들고 당장 확보가 어렵다면 우선은 의사와 간호사가 특수학교에 상주하면 좋겠습니다. 의사는 공중보건의로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 (한참 뜸을 들이더니) 수년전 분당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난 졸업생입니다. 장애도 심하지 않아 학교를 마치면서 취업까지 했습니다. 졸업 후 2~3년은 추수지도라고 학교에서 사후관리를 하지만 이후에는 인력이 부족하여 지원할 수가 없고 기업에선 이 아이를 위해서만 별도의 대우를 할 수 없어 결국 회사를 나왔던 것입니다.

복지관을 3년가량 전전하다 같이 살던 부친이 돌아가시고 나니 결국 혼자 남겨진 것이죠. 지하철역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졸업생의 나이가 40대 초반이었는데 힘들게 교육하면 뭐하나 하는 자괴감이 밀려오더라고요. 학령기 이후에는 지자체에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덩치가 산만한 아이 같은 어른 장애인이 집에 있으면 본인에게도,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에게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사회문제도 될 수 있고요. 매우 심한 중증 장애인이 아니라면 하루 몇 시간이라도 일하고 저녁이 되면 가정으로 돌아가는 삶, 최저임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소일거리가 필요하지요. 그 졸업생도 꼭 돈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할 일이 있으면 거리로 나오지 않을텐데요. 일부러라도 자동화를 덜하고 일거리를 남겨 놓는, 이런 게 사회적 배려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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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은학교 건물 출입문 현관에 늘어선 휠체어들. 학교에선 이곳을 휠체어 주차장이라 부른다고 한다.
경은학교 건물 출입문 현관에 늘어선 휠체어들. 학교에선 이곳을 휠체어 주차장이라 부른다고 한다.
- 중학교 진학시 아이들이 특수학교로 많이 간다더군요.

→ 학부모님들이 대개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냈다가 일반 학교에 대한 절망이랄까 좌절감 때문에 중학교 진학할 때 특수학교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나 부적응 학생에 대한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장애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상처를 준 것이지요.

한 반에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운동을 잘하는 학생과 운동 신경이 무딘 학생들 다 있지만 차별받으면 안 되잖아요. 장애도 마찬가집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교육을 초등부터 꾸준히 시켜야 합니다. 이런 게 인문 교육, 인본 교육, 인간 교육이 아닐까요? 이런 교육이 되지 않으면 나라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위권이라도 국가의 품격이 이에 걸맞다고 할 수 있나요.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해서 아이들을 꾸준히 교육해야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장애인도, 사회적 약자도 모두가 살만한 세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자면 인식 전환이 필요한데요.

→ 이제는 특수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적응 못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분리한다”는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사회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같은 공간에서 교육하는 통합교육을 대전제로 하고, 진정한 통합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전공과까지 20살이 넘도록 ‘분리 교육’을 받으니 사회에 나가면 적응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거죠. 비장애인도 20년간 분리되어 있으면 적응이 어렵지 않겠어요?

저는 유치원부터 쭉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을 같은 교실에 두고 교육해야 장애 학생은 적응이 빨라지고, 비장애 학생들도 “다름”을 수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 학교에도 특수학급이라 하여 반을 따로 편성하는데 이런 게 다른 눈으로 보면 ‘대우’가 아니고 ‘차별’입니다. 쉽게 ‘분리’시키고 낙인 찍는 거죠. 문서상으로는 아니지만 아이들 마음 속에 말입니다.

- 선진국에서도 분리교육은 하지 않습니까.

→ 대다수 선진국은 특수학교에는 정말 교육과 함께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 학생만 배치합니다. 보통은 일반 학교의 일반 학급에 통합해 비장애 학생과 똑같이 적절한 교육적, 심리·정서적 지원을 받습니다. 물론 일반학교 교사들도 특수교육에 대한 일정한 전문성을 가지고 현장에 나온다고 하더군요. 장애학생도 대한민국의 학생이므로 모든 교사, 학교가 책무성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장애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장애인 수도 증가할텐데 자꾸만 분리하는 것이 능사일까요? 교육과정도 ‘특수교육 교육과정’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없고 일반 교육과정의 수정을 통해 재구성하면 얼마든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개별화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분리’는 쉽지만 어차피 지역사회로 통합되어 살아가야 하니 진정한 통합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면 학부모님들이 자녀를 일반 학교에 두지 뭐하러 특수학교에 보내려고 하겠습니까?
연도별 특수교육 대상 학생 추이. 교육부
연도별 특수교육 대상 학생 추이. 교육부
- 특수학교 교사들끼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 특수교사들은 집에 있는 자식들이나 연로한 부모님께 신경 쓰는 것보다 학급의 아이들을 더 챙깁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마음이 크지만 점점 예민해지는 학교 환경 때문이기도 합니다. 직업으로 스스로 원해서 택했지만 솔직히 힘들 때도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마도 전생에 타인을 많이 배려하지 못한 업보가 있어 배려하면서 살라고 이 길을 택하게 했나보다 하고 자위하기도 합니다만 어떤 교사는 정말 장애를 가진 내 자식이라도 저렇게까지 잘할까 싶을 정도로 지극정성을 다합니다.

- 천사가 따로 없군요.

→ 저는 특수교사들에게 ‘천사’라고 하는 말을 싫어합니다. ‘천사’라는 말을 들으면 어쩐지 인간들이 정해 놓은 천사의 이미지가 있어 늘상 천사처럼 행동해야 하고 어쩌다 ‘인간’처럼 화가 날 때 인상을 쓰거나 목소리라도 높아지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래도 일반인보다는 조금 더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다가 깜빡 잊고 아이 숟가락으로 내 밥을 떠먹은 것을 알아도 더러워하지 않으며, 나보다 더 큰 아이의 대변을 닦아 주기도 하고, 때로 얻어맞기도 하며, 우리 아이들이 가진 ‘장애’라는 어려움에 공감하여 조그만 발전에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하고, 가랑비에 옷 젖듯 알게 모르게 배워 언젠가는 자립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최선을 다하니 인간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천사’에 가까운 사람이 특수교사일 듯 합니다.

두 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를 마치고 성순호 교장과 같이 학교를 한바퀴 돌아봤다. 유치원생들을 배려한 까닭인지 계단은 낮았고, 4층 건물의 학교에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카트가 오르내리는 경사로처럼 휠체어 전용길도 있었다. 성 교장은 휠체어뿐 아니라 다리가 불편한 아이들도 경사로를 많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지문 인식 시스템이 설치된 현관 옆에는 휠체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주차장에는 노란 스쿨버스 5대가 서 있다. 주차장이 좁아 대형 버스를 돌리기가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그래도 이재정 교육감이 특수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특수교육과’를 두고 있고 다른 시도교육청의 모범이 된다고 살짝 귀띔해 줬다. 성 교장이 말한 특수교육의 실태는 한국 사회에 대한 많은 울림을 주고 있어서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웠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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