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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으로 춤추는 kt ‘양궁 농구’

긍정으로 춤추는 kt ‘양궁 농구’

한재희 기자
입력 2018-11-27 22:14
업데이트 2018-11-2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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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두 심리 주치의 처방에 펄펄 나는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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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랜드리 ② 로건 ③ 양홍석 ④ 김민욱 ⑤ 김영환 ⑥ 조상열  kt 홈페이지 캡처 ⑦ 프로농구 kt의 강경두 심리 주치의가 지난 10월 초 경기 수원시 팀 훈련장 인근 카페에서 허훈의 셀피에 선수들과 모습을 내보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포워드 양홍석, 강 주치의, 센터 마커스 랜드리, 가드 허훈.  허훈 인스타그램
① 랜드리 ② 로건 ③ 양홍석 ④ 김민욱 ⑤ 김영환 ⑥ 조상열
kt 홈페이지 캡처
⑦ 프로농구 kt의 강경두 심리 주치의가 지난 10월 초 경기 수원시 팀 훈련장 인근 카페에서 허훈의 셀피에 선수들과 모습을 내보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포워드 양홍석, 강 주치의, 센터 마커스 랜드리, 가드 허훈.
허훈 인스타그램
“4쿼터에 부정적 언어를 사용하면 팀이 무너집니다.”

강경두(39) kt 심리 주치의가 발급한 진단서다. ‘슛 난사를 하지 마라’, ‘수비를 느슨하게 하지 마라’는 식의 부정적 지시를 선배들로부터 받으면 특히 젊은 선수들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똑같은 말이라도 ‘외곽을 쏠 때 리바운드도 준비하자’, ‘너도 저 선수를 잘 막을 수 있다’는 식의 긍정적 언어를 늘려야 한다.

강 주치의의 고민은 지난 시즌 경기 막판만 되면 무너지던 팀 분위기였다. 지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주효했을까. 4쿼터 득점이 지난 시즌 리그 8위(평균 19.9점)에서 올 시즌 3위(20.6점)로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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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주치의’는 한국 프로농구에서는 아직 낯선 보직이다. 팀 내에 선수들을 전담하는 심리 주치의를 둔 것은 남자프로농구 10개 팀 중 kt가 처음이다.

국가대표나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심리 상담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프로농구는 상대적으로 구단 몸집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외부 상담원을 비정기적으로 초빙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강 주치의는 지난 6월부터 팀에 합류해 선수들과 호흡하고 있다. 중앙대 의과대학 외래교수인 데다 개인적으로는 심리치유센터 소장도 맡고 있어 매일 바쁘지만 수도권이나 부산에서 열리는 kt의 경기에는 반드시 함께한다.

경기 전날 선수들이 묵는 호텔에서 같이 하룻밤을 보내며 고민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튿날 훈련과 경기 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강 주치의는 경기 중에 코칭스태프 유니폼을 입고 벤치에 있기 때문에 교수님이라기보단 ‘농구인’처럼 보인다. 스스로를 ‘농구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정이 많아 빨리 팀에 스며들었다. 가끔 선수들과 자유투 내기도 한다.

경기 도중에는 벤치에서 선수들의 표정과 제스처를 ‘매의 눈’으로 관찰한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머리에 손을 올리는 등의 작은 표정 변화와 행동을 놓치지 않는다. 경기가 잘 안 풀리고 있다는 무의식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경기 도중 이런 포인트를 파악해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해당 상황에서 뭐가 좋고 나빴는지 선수와 이야기한다”고 한다. 반대로 경기가 잘 풀릴 때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마련이다. 감독 지시에 더 집중력을 보인다.

서동철 감독은 “선수들의 고민을 감독이나 코치가 치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선수들이 심리 주치의 상담 도움을 받아 경기에 더욱 집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헝그리 정신’으로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요즘 선수들에게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다. 심리 상담이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상담 내용은 철저히 비밀로 한다고 한다. “심지어 감독님에게도 안 알려줍니다. 그렇다보니 선수들이 경기와 관련된 것뿐 아니라 연애 문제나 가정사까지도 편하게 털어놓는 편이죠.”

지난 시즌 꼴찌였던 kt의 성적은 현재 2위(12승6패)로 수직 상승했다. 서 감독 특유의 ‘양궁 농구’와 맞물려 어떤 시너지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11-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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