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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년 만에 흩어진 고려 모인 날 스승은 북쪽의 왕건을 기다렸다

1100년 만에 흩어진 고려 모인 날 스승은 북쪽의 왕건을 기다렸다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8-12-04 01:46
업데이트 2018-12-04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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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展 오늘 개막

희랑대사상 옆에 제자 조형물 자리 비워
전시 도중 北서 온다면 사제 간 첫 만남
美·英 등 국내외 고려 유물 450점 공개
‘아미타여래’ 최태원 후원으로 한국행
국립중앙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이 4일 개막한다. 태조 왕건의 스승으로 알려진 희랑 대사의 조각상.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합천 해인사 밖으로 나왔다. 조각상 옆의 연꽃 대좌(선 안)는 북한 왕건상이 놓일 자리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국립중앙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이 4일 개막한다. 태조 왕건의 스승으로 알려진 희랑 대사의 조각상.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합천 해인사 밖으로 나왔다. 조각상 옆의 연꽃 대좌(선 안)는 북한 왕건상이 놓일 자리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 최대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이하 대고려전)이 4일 화려한 막을 연다. 광복 이후 고려 미술을 총체적으로 고찰하는 대규모 전시로 국내외 흩어진 주요 고려 유물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번 전시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4개국 11개 기관과 국내 34개 기관이 소장한 고려 문화재 450여점을 공개한다. 기대를 모았던 북한 왕건상 전시는 불발됐다. 박물관 측은 이례적으로 왕건상 자리를 비워둔 채 전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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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왕건상
북한 왕건상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일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대고려전은 다른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고려 시대의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로, 고려가 지닌 민족사적 의미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의 그 어떤 전시보다 힘을 기울였다”면서 “태조 왕건이 분열된 후삼국을 통일한 정신이나 국제화된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문화를 섭렵, 융합한 태도 등에서 고려 고유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태조 왕건이 918년에 세워 1392년까지 존속한 고려는 외국인을 재상으로 등용할 만큼 개방적이었고 주변국과 활발한 물적·인적 교류를 이뤘다. 중국 본토에 세워진 송이나 거란족의 요, 여진족의 금, 몽골이 세운 원과 두루 교류하며 꽃피운 문화는 어느 시대보다 찬란했다.

눈에 띄는 유물은 왕건의 스승이자 화엄종의 고승인 희랑 대사를 조각한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이다. 930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82㎝의 목조 조각상으로, 국내 유일한 승려 초상 조각이다. 경남 합천 해인사 성보박물관에 보관 중인 보물로 평소 보기 힘든 유물이다. 건칠희랑대사좌상 왼쪽은 왕건상이 놓일 자리다. 현재는 연꽃 모양의 조형물만 설치돼 있다. 전시 도중에라도 왕건상이 북한에서 온다면 사제 간 역사적인 만남이 처음으로 성사된다. 배 관장은 “왕건상 자리를 비워둔 것은 남북 간 활발한 교류와 문화적 동질성 확인을 바라는 염원의 표현”이라며 “전시가 끝날 때까지 왕건상이 오지 않아도 공간 자체가 전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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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이 소장한 14세기 고려 불화 ‘아미타여래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이 소장한 14세기 고려 불화 ‘아미타여래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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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最古)의 화엄경 목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현존 최고(最古)의 화엄경 목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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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박물관이 소장한 12세기 은제 금도금 주자와 그릇 받침.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미국 보스턴박물관이 소장한 12세기 은제 금도금 주자와 그릇 받침.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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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금동십일면천수관음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4세기 금동십일면천수관음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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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의 12세기 청자 꽃모양 발(鉢·사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의 12세기 청자 꽃모양 발(鉢·사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의 소장품인 아미타여래도 눈에 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후원으로 한국 나들이를 하게 됐다. 중국 불화로 인식됐으나 2012년 국립중앙박물관 조사를 통해 14세기 전반의 고려 작품으로 밝혀졌다. 전 세계에 전하는 160여점의 고려 불화 가운데 10점이 채 안 되는 독존(獨尊) 형식의 희귀한 도상이다. 이 밖에 팔만대장경보다 이른 시기인 1098년에 새긴 합천 해인사 목판, 대나무의 형태를 다양하게 변주한 은제 주자(注子·미국 보스턴박물관 소장품)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정명희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찬란한 물질 문화를 생산해낸 고려의 저력과 격동기에 500여년을 지탱하게 한 힘이 어디서 나왔을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계속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12-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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