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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총수일가 소유 회사 김치·와인 계열사에 강매

태광, 총수일가 소유 회사 김치·와인 계열사에 강매

조용철 기자
입력 2019-06-17 23:02
업데이트 2019-06-1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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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복리후생비·근로복지기금 활용

공정위, 이호진 前회장 검찰에 고발
19개 계열사도 고발… 과징금 2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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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100% 소유한 회사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2014~2016년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비싸게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그룹 19개 계열사에 총 21억 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회장도 부당 내부 거래를 지시한 혐의로 고발돼 형량이 늘어날 위기에 처했다. 이 전 회장은 4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은 계열사인 ‘티시스’가 이 전 회장 소유의 골프장(휘슬링락CC)을 인수한 뒤 실적이 악화되자 골프장에서 김치를 만들어 다른 계열사에 고가에 판매할 것을 지시했다. 휘슬링락CC가 각 계열사에 판매한 김치 가격은 10㎏당 19만원으로 당시 시중에서 팔리던 김치보다 3배가량 비쌌다. 급기야 휘슬링락CC의 김치 가격은 조선호텔에서 판매되는 것(10㎏당 14만원)보다도 고가로 책정됐다. 태광산업, 흥국화재 등 계열사들이 사들인 김치는 총 512t, 95억 5000만원어치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는 김치 구입 대금으로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직원 입장에서는 성과급 등 급여로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을 김치로 받은 셈이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특히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근로자의 재산 형성이나 장학금에 쓰도록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며 “원래 용도대로 쓰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광은 이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소유한 와인회사 메르뱅도 같은 방식으로 지원했다. 2014년 8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할 것을 지시했고, 계열사들은 총 46억원어치의 와인을 사들였다. 특히 공정위는 와인 거래 과정에서 계열사가 거래 조건에 대한 비교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보고 2013년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합리적 고려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을 적용했다.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을 막기 위해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간 거래를 할 때는 품질과 가격 등 조건에 대한 검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계열사가 비싸게 김치와 와인을 매입한 대가는 총수 일가에 모두 돌아갔다. 티시스가 챙긴 이익은 최소 25억 5000만원, 메르뱅에 제공된 이익은 7억 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9-06-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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