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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같은 공장·콤콤한 돈 냄새… 40일 만에 ‘신사임당’ 탄생

미로 같은 공장·콤콤한 돈 냄새… 40일 만에 ‘신사임당’ 탄생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19-06-19 18:00
업데이트 2019-06-2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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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 된 5만원권 ‘고향’ 경산 조폐공사

개인 휴대전화 카메라 가려야 출입 가능
1개 라인서 하루 평균 9만~10만장 인쇄
불량 지폐는 파이프 통해 곧바로 창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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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경북 경산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펄프로 만들어진 5만원권 백지 용지에 배경이 인쇄되고 있다. 신사임당 얼굴을 비롯해 5만원권임을 나타내는 숫자는 없는 상태.  한국조폐공사 제공
지난 18일 경북 경산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펄프로 만들어진 5만원권 백지 용지에 배경이 인쇄되고 있다. 신사임당 얼굴을 비롯해 5만원권임을 나타내는 숫자는 없는 상태.
한국조폐공사 제공
5만원권 지폐가 오는 23일 10살을 맞는다.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거나 ‘지하 경제를 키운다’는 우려 속에 태어난 5만원권은 경조사 등에 주로 쓰이면서 주요 화폐로 자리잡았다. 지난 18일 우리나라의 모든 5만원권이 태어난 경북 경산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5만원권의 탄생’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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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의 앞면에 신사임당 초상과 화폐점자 등이 찍히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5만원권의 앞면에 신사임당 초상과 화폐점자 등이 찍히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국내 유일의 ‘돈 공장’에 들어서면 콤콤한 지폐 냄새와 날카로운 금속 냄새가 코를 때린다.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돈을 찍어내는 소음에 귀마개는 필수다. 직원들 눈에는 돈이 아니라 제품이다. 이전에는 차장을 공장장으로 불렀다. 여느 공장과 달리 보안을 위해 이정표나 간판이 없어 미로와 같다. 천장의 폐쇄회로(CC) TV는 24시간 촬영되고 개인 휴대전화 카메라는 가려야 출입이 가능하다.

이날 현장에서는 5만원권과 10원짜리 동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용지 제작부터 절단, 포장이 되기까지 총 40~50일이 걸린다. 배경 이미지와 액면가 인쇄, 홀로그램 부착, 뒷면 그림과 앞면의 신사임당 그림 인쇄, 인쇄 오류 검사, 일련번호 인쇄 등 단계별로 5일가량의 건조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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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공사 직원이 지폐에 일련번호를 새기기 전 기계 검사를 거친 뒤 색상 번짐 등 불량이 있는지 대형 스크린으로 재차 확인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조폐공사 직원이 지폐에 일련번호를 새기기 전 기계 검사를 거친 뒤 색상 번짐 등 불량이 있는지 대형 스크린으로 재차 확인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최초의 5만원권은 2009년 4월부터 이곳에서 제조됐다. 다른 권종에는 없는 띠형 홀로그램 등 위조 방지 장치가 추가돼 원가도 상대적으로 높고 제작도 까다롭다. 공장 내부는 온도가 23~24도, 습도는 55% 내외로 유지된다. 1개 라인은 하루 평균 9만~10만장을 생산할 수 있다. 공장엔 총 2개 라인이 있다.

지폐에 적힌 숫자를 보면 생산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일련번호가 ‘0’으로 시작되면 전지 1장에 28장의 5만원권이 모두 잘 인쇄된 ‘완지’이고, ‘6’이나 ‘7’로 시작하면 중간에 번짐 등 불량품이 있던 ‘잡완지’다. 검사를 통과한 5만원권은 1만장씩 5억원어치로 투명 비닐에 포장돼 한국은행으로 전달된다. 10㎏에 이르는 무게로 두 손으로 들기도 쉽지 않다. 기계에서 조각난 3~4%의 불량 지폐는 직원들의 손을 거치지 않고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바로 창고로 넘어간다.

이렇게 태어난 5만원권 가운데 43.9%는 소비 지출에, 경조사에 24.6%가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절반가량만 한국은행으로 돌아온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98조 3000억원어치가 유통 중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지폐의 36.9%(19억 7000장)을 차지한다. 환수율이 점차 올라가고 있지만 ‘마늘밭 돈다발’ 사건처럼 지하 경제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이유다.

5만원권의 장점도 적지 않다. 평균 2주 동안 한 차례 쓰이고 사라지는 10만원권 수표나 만원권을 대체했다는 평가다. 10만원 수표는 2008년 9억 3000만장에서 지난해 8000만장으로 10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한은은 지폐 제조 비용에서 연간 600억원이 절약됐다고 본다.

경산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9-06-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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