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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의 태실] (2) 사라진 조강 태봉산… 방치된 인순공주 태실

[김포의 태실] (2) 사라진 조강 태봉산… 방치된 인순공주 태실

이명선 기자
입력 2019-10-19 08:51
업데이트 2019-10-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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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업자 수년전 골재채취로 태실 옆산으로 이전… 김포정개연 검찰고발 ‘증거불충분 혐의없음’ 내려 서울고검 항고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의 조선 중종 인순공주 태실이 있는 태봉산이 개발업자의 토석채취로 사라졌다.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의 조선 중종 인순공주 태실이 있는 태봉산이 개발업자의 토석채취로 사라졌다.
지난 18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태봉산에 있다는 태실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본디 조강저수지 옆 산58-4번지에 있던 태봉산은 수년 전부터 골재 채취공사로 산 형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바닥에는 황토흙과 검은 골재석들이 쌓여 있고 포클레인 1대가 정리작업을 하고 있었다.

골재 채석장을 따라 10분가량 걸어 올라가자 바로 옆산 57번지의 나즈막한 산중턱에 태실비석 머리가 보였다. 10평가량 규모로 평탄하게 조성된 임시보존지는 잔디밭으로, 소나무와 잡풀 사이로 태실비석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비석 앞뒤의 명문 글씨 흔적은 보이나 475년이 흘러 거의 판독이 불가능하고 일부는 훼손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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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리 58-4번지 태봉산에 있던 인순공주 태실비가 인근 산57번지에 임시이전돼 있는 모습.
조강리 58-4번지 태봉산에 있던 인순공주 태실비가 인근 산57번지에 임시이전돼 있는 모습.
19일 김포시에 따르면 조강리 태봉산 태실은 수년전 한 부동산 개발업체의 무분별한 토석채취로 태실이 옆산으로 이전됐다.

김포정치개혁시민연대 관계자는 태봉산과 관련해 “A부동산 개발업체가 허가면적 외 임야훼손으로 인순공주의 태실 훼손을 넘어 골재 파쇄장까지 운영하고 있는데도 시가 불법행위에 눈을 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개발행위허가와 골재선별 파쇄업이 불가능한 보전관리지역에서 또 다른 개발행위에 나서고 있는데도 시가 방관하고 있다”며 사법당국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위성사진으로 본 2007년 당시 개발 이전의 조강리 태봉산 모습. 김포정개연 제공
위성사진으로 본 2007년 당시 개발 이전의 조강리 태봉산 모습. 김포정개연 제공
김포정개연에 의하면 A업체는 2011년부터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235의 4 일대 임야와 농지 7012㎡에서 버섯재배와 농수산물 보관창고를 짓겠다며 시로부터 개발행위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4년 허가면적 외 태실이 있던 임야까지 무단 훼손한 뒤 이 곳에서 나온 토석을 판매해 온 사실이 시에 적발됐다.

당시 시는 형사 고발과 함께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A업체는 비탈면 붕괴를 이유로 산지일시 전용신고를 제출하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까지 3차례 준공기간을 연장해 가며 토석채취 행위를 계속해 왔다.

김포정개연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불법행위를 한 지역은 김포에 있던 ‘태실’ 중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해 주민들이 ‘태산’ 또는 ‘태봉’으로 불러온 곳으로, 공사 도중 ‘태’를 묻은 비석과 ‘태함’ 등이 발견됐지만 공사는 강행됐다”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제를 지내던 태봉이 수년에 걸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동안 시와 관계 기관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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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체 토석채취 개발이 진행중인 2017년의 태봉산 모습. 김포정개연 제공
민간업체 토석채취 개발이 진행중인 2017년의 태봉산 모습. 김포정개연 제공
김대훈 김포정개연 운영위원은 “시 관계 공무원은 태봉의 문화역사적 가치와 생태환경적 가치를 앞장서서 지키고 보전했어야 하는데도 개발업자의 앞잡이 노릇으로 일관해 태봉이 흔적도 없이 파괴됐으니 일제시대 일본의 앞잡이들 행위와 다를게 하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별도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조강리 태실이 옆산으로 임시 이전된 뒤 소나무와 잡풀속에 방치돼 있다.
조강리 태실이 옆산으로 임시 이전된 뒤 소나무와 잡풀속에 방치돼 있다.
그런데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난 8월 8일 산지관리법위반과 골재채취법위반,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위반, 산업집적활성화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위반 사항과 관련해 증거불충분을 사유로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김포정개연은 다시 서울고검에 항고한 상태이며 이달 내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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