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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이슈]이용수 할머니만 할 수 있었던 그 말 “왜 위안부 팔아먹느냐”

[아무이슈]이용수 할머니만 할 수 있었던 그 말 “왜 위안부 팔아먹느냐”

명희진 기자
명희진, 김희리 기자
입력 2020-05-15 09:46
업데이트 2020-05-2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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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 정의연 논란에 전문가들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얼굴이었던 이용수 할머니의 ‘고백‘을 신호탄으로 정의연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정의연은 “개인적 자금 횡령이나 불법 유용은 절대 없다”고 반박했지만 단체의 성금 횡령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에도 피해자 할머니 33인이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성금 횡령 의혹을 제기한 적 있다.

단체와 할머니 간의 갈등은 앞으로의 한일 관계 풀이법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 매체도 이번 사태의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직후 한 일본 기자는 “정대협은 곧 이용수 할머니라고 알고 있었다”면서 “단순한 돈, 서운함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주장한 그동안의 ‘오류’는 무엇이었고 앞으로의 풀이법은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을 겨냥해 ‘왜 위안부 문제를 마음대로 팔아먹느냐’는 말은 피해자였던 이용수 할머니니까 할 수 있었던 지적이죠. 외부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가 없었어요. 국민감정과 친일증오 프레임을 앞세워 자기들끼리만 해왔어요. 그만큼 성역(聖域)화된 단체였습니다.”
박인환 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 위원장. 서울신문DB
박인환 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 위원장. 서울신문DB
정의연은 외부인 개입 어려운 성역화 된 단체
박인환 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 위원장(전 건국대 교수·사법연수원 16기)은 15일 “정의연이 할머니들을 ‘돌본다’는 표현을 쓰는데 정의연은 사실상 피해자 할머니를 모시고 살지는 않는다”면서 “사실상 할머니를 모시는 곳은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 같은 곳인데, 정의연은 이를 모호하게 해 국민에게서 기부금을 받아 연명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체가 기부금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보니 ‘봉사단체’처럼 할머니들을 앞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박 전 위원장이 4년간 몸담았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위원회’는 2010년 3월 발족한 총리실 산하 행정기관이다. 위원회는 2004년과 2008년 각각 설립된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와 ‘국외강제동원희생자지원위원회’를 통합, 일제강제동원의 진상 규명과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출범해 2015년 12월 말 폐지됐다.

박 전 위원장은 ‘팩트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2015년 합의 당시 외교부도 (위원회) 자료만 받고 상의 한번을 하지 않았다”면서 “진실을 찾겠다면 돈을 받지 말고 수미일관한 팩트를 제시해 일본의 양심을 움직여야 한다. 돈만 받아 할머니에게 주면 (이 문제가) 다 끝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그는 “일본사람들이 가장 흥분하는 지점은 (정의연 등이 세운) 기림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3만 내지 40만명’이라는 표현이다. 뉴저지주 기림비에는 ‘수십만명의 성 노예’라는 모호한 표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피해자는 240명(생존 18명). 그는 “피해자임에도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 했던 할머니들의 숫자를 고려하더라도 이 같은 모호한 표현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2015년 합의에 아쉬운 점이 많지만, 국가 간 합의를 계속 거부하고 소녀상 등 감성적인 부분만 강조해서는 일본의 우경화된 역사수정주의에 힘을 쏟아주는 결과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제1439차 일본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 정부의 과거사 반성과 역사왜곡 중지’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0.5.13 뉴스1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제1439차 일본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 정부의 과거사 반성과 역사왜곡 중지’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0.5.13 뉴스1
“팩트로 무장해 일본의 국격과 양심에 호소해야”
박 위원장은 또 “가해자가 죽고 없는 8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가해’의 실감이 없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계속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독일-이스라엘 관계처럼 팩트로 무장해 일본의 국격과 지식인의 양심에 호소해야 한다. 그것이 일본에 진정한 사과를 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원 단체의 ‘대표성’ 문제도 앞으로 남은 과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전문가는 “우리 사회의 위안부 지원단체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다만 그동안 (정의연이 해온) 위안부 운동의 의의가 훼손되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일종의 인권운동이자 여성운동이라는 점에서 세계사적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윤 당선인과 이 할머니 간의) 소모적인 폭로전이 계속 될 경우 일본 우익 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면서 “진실공방에서 점점 사적인 의견 충돌의 부분으로 공방이 번지고 있다. 두 분 다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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