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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의 밀레니얼] 어디까지가 의전인가

[이은형의 밀레니얼] 어디까지가 의전인가

입력 2020-07-08 17:32
업데이트 2020-07-09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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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국민대 경영대학장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학장
“예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의전은 이제 없애야 할 때가 됐죠.”

“팀 성과를 위해 협업은 필수죠.”

조직의 다양한 구성원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면 서로 하는 말이 비슷하다. 임원도, 팀장도, 그리고 팀원도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의전은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생각하며, 협업도 꼭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그러나 한발 더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예의를 중시한다는 선배도 후배도 모두 상대가 무례하다고 느낀다. 선배를 보고도 인사를 깍듯이 하지 않는 후배, 팀장이 야근하는데 망설임 없이 정시 퇴근하는 후배를 보면서 예의가 없다고 느낀다.

한편 밀레니얼들은 회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인사하라고 시키는 선배의 말에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외부 인사일 수도 있는데 인사하고 무안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지 않은가. 확실하게 아는 우리 부서 선배에게만 인사하면 안 되는가. 이런 속마음을 가지면서 선배들이 억압적이라고 느낀다. 개인 생활에 대한 질문을 수시로 던지는 선배를 보면서 예의가 없다고 느낀다.

의전도 마찬가지다. 포용적 기업문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늘면서 선배 세대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선배들은 생각한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관습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회식을 줄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회식의 형태도 점심식사, 문화행사, 자율적 참여 등으로 바뀌면서 선배들이 볼 때 의전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밀레니얼들의 생각은 다르다. 선배 세대와 함께하는 자리는 의전의 연속이라고 느낀다. 식사 자리에서 물을 따르거나 수저를 놓는 등의 사소한 챙김부터 행사 전에 참석 인원 파악부터 앉는 자리까지, 상사의 동선과 편의를 챙기는 일까지 모두 의전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로서 최소한의 선의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아니냐’는 선배의 생각과 ‘선배는 손이 없냐, 발이 없냐, 그걸 왜 내가 해야 하느냐’는 후배의 생각은 격차가 크다.

협업에 대한 생각에도 큰 차이가 있다. 선배들은 팀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의 업무가 아닌 것도 챙겨서 해야 하고, 다소 진도가 뒤처진 팀원이 있다면 기꺼이 야근을 해서라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배들은 나에게 주어진 일을 완수한다면, 근무시간에 열심히 일했다면 본인의 몫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협업이다.

서로가 말은 같아도 생각과 행동은 많이 다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상의가 직장인 1만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직구조 진단의 ‘세대갈등편’에서는 구성원이 바뀌었는데 그것을 담아내지 못하는 조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선배 세대가 무조건 후배 세대에게 맞추라는 의미가 아니다. 조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최적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향해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리더와 구성원들이 ‘좌표를 찍는 것’이다. 여기서 좌표는 모든 구성원들이 행동을 할 때 기준으로 삼아야 할 마음의 나침반이다. 흔히 우리가 미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만약 고객 가치의 극대화가 미션이라면 구성원들의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일 것이다. 만약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도움이 안 된다면 과감하게 폐기해야 할 것이다.

선배 세대와 후배 세대가 생각하는 예의가 다르다면 어느 것이 고객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최적점을 찾아내자. 예를 들어 회사에서 마주치는 누구에게나 인사하는 것이 고객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후배 세대는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의전도 마찬가지다. 리더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절약해 줌으로써 조직에 도움을 주는지, 나아가 고객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안 하면 조직에 손실을 가져오는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 본다. 조직 구성원들의 논의와 합의를 거쳐 ‘필요하다고 인정받은 의전’이라면 구성원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선배 세대와 후배 세대가 머리를 맞대고 최적점을 찾자. 가장 중요한 가치를 기준으로 없앨 것은 없애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자. 그것이 새로운 조직 문화의 출발점이다.
2020-07-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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