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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쟁점별로 짚어 본 ‘지역화폐’

주요 쟁점별로 짚어 본 ‘지역화폐’

김병철, 신형철, 임주형, 나상현 기자
입력 2020-09-21 18:02
업데이트 2020-09-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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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 보고서가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정치권과 학계를 달구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경기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경기연)은 연일 조세연 보고서를 비판하고 있으며, 최근엔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까지 지원 사격에 나섰다. 조세연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걸 우려해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 등이 들고 일어나 “재갈 물리기”라며 이 지사 측을 공격하고 있다. 이 지사 측은 야당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며 이슈몰이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공식 정책도 아닌 연구원 보고서가 정쟁의 대상이 된 건 이례적이다. 조세연 보고서의 논리적 근거와 이 지사, 경기연의 반박을 주요 쟁점별로 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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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대안 화폐다. 사진은 경기도 주요 시군에서 발행한 카드형 지역화폐. 경기도 제공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대안 화폐다. 사진은 경기도 주요 시군에서 발행한 카드형 지역화폐.
경기도 제공
■경기연 ‘이래서 찬성’ 보고서로 반박
“소상공인 매출액 증대 긍정적… 현금·카드 추가 소비로 57%↑”

-발행지역에 소비 촉진 효과는 있나.

“지역화폐는 소상공인 매출액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의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에 의하면 지역화폐 결제액 증가 시 소상공인 매출이 57% 증가했다. 소비촉진 효과가 분명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전통시장에서도 지역화폐로 인한 경제활성화 효과는 이미 지역 주민들이 체감적으로 느끼고 확인한 내용이다. 지역화폐의 최우선 정책 목표는 대형마트 등 대규모 매출업소에 밀려 활력을 잃어 가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고 보호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정책목표를 외면한 채 총량적인 측면에서 효과를 폄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골목상권·전통시장에 특성화된 소비진작책

-지역화폐가 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데.

“지역화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골목상권·전통시장에 특성화된 상품권이다. 업종을 제한하고, 매출액을 제한하고, 유흥업종을 제한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지역화폐는 서민대중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소비진작책이다. 만약 효과가 없다면 이번에 소상공인, 자영업자 단체에서 지역화폐 추가 발행을 반기겠는가. 실제 도내 3800여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지역화폐 총결제액은 2분기 7억 3000만원에서 4분기 9억 5000만원으로 늘었다. 이용 점포 수도 2분기 1773개에서 4분기 2061개로 늘었다. 분기별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2분기 약 1600만원→ 4분기 약 1800만원으로 늘었다. 매출액 증대 효과를 패널분석 확률효과 모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역화폐로 결제 경험이 있는 점포는 그렇지 않은 점포에 비해 월평균 매출액이 206만원 상승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추정한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은 경기 남부권보다는 도심이 작고 개발이 덜 된 북부권과 중부내륙권의 매출액 증대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권깡’의 위험이나 과도한 발행비용은 없나.

“통상 부정거래(‘깡’)는 종이상품권(지류형)에서 많이 발생한다. 경기도의 경우 카드형과 모바일형 위주라서 부정사용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부정사용은 극히 일부의 사례이며, 이를 이유로 지역화폐 정책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과도한 논리비약이다. 2019년 4월 본격적으로 도입된 경기지역화폐의 발행액은 2분기 825억원, 3분기 1191억원, 4분기 1480억원으로 늘었으며 사용액은 2분기 466억원, 3분기 1018억원, 4분기 1315억원으로 증가했다. 발행액 대비 사용액 비율은 2분기 56.5%, 3분기 85.5%, 4분기 88.9%로 늘었다.”

-지역화폐는 열등하다?

“지역화폐를 ‘현금보다 열등하다’는 전제는 연구방법에 있어 적절치 못하다. 법정화폐와 지역화폐를 비교하는 것은 그 자체로 특성과 역할을 비교하는 것이지, ‘열등하다’고 전제하는 것은 연구를 수행하는 태도에 있어 가치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이지 못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로 발행액과 사용액 모두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경기지역화폐가 소상공인 매출액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조세연과 무관하게 보고서 진행… 연구로 말해

-보고서에 정치적 의도는 없었나.

“조세연 보고서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 우리 경기연의 보고서는 조세연과는 무관하게 진행된 것이다. 연구자는 연구로 말한다.”

-정치권과 전문가의 의견은.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화폐가 이전소득을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내에서 돈이 돌더라도 결국은 중소상공인에게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지역화폐이고 그래서 민주당이 정책 수단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것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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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연 보고서 논리적 근거는
“발행 지역 내 소비 증가엔 효과… 재정 열악한 지자체 피해 우려”


-발행지역에 소비 촉진 효과는 있나.

“조세연도 지역화폐가 발행 지역 내 소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사회 전체의 후생을 고려해야 하는 중앙정부 입장에선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발행 지역 내 매출이 증가한 만큼 인접한 다른 지역의 매출은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조세연은 특히 작은 지방자치단체가 큰 지자체에 밀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큰 지자체가 대규모로 지역화폐를 발행해 다른 지역에서 소비가 이뤄지는 걸 막을 경우, 재정이 열악하거나 자립도가 낮은 작은 지자체는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 정부 9조 어치 발행 땐 순손실 2260억 추산

-지역화폐가 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데.

“대형마트 등에선 사용이 불가능한 지역화폐가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조세연은 의문을 제기했다. 소비자가 지역화폐와 상관없이 이미 소비의 일정 부분을 골목상권에서 쓰고 있을 경우, 지역화폐를 발행한다고 해서 소상공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봤다. 예를 들어 월평균 10만원을 집 근처 소형마트에서 쓰는 가구가 월 3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받을 경우, 똑같이 10만원을 쓰지 13만원어치를 소비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상품권깡’의 위험이나 과도한 발행비용은 없나.

“지역화폐는 출산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금 등 현금성 복지혜택 용도로 지급되기도 한다. 이 경우 소비자 의사와 상관없이 지급된 데다 사용처도 제한돼 있어 액면가보다 낮은 값을 받고서라도 현금과 바꾸려는 ‘깡’ 시장이 형성된다는 게 조세연의 의견이다. 또 지역화폐는 구입을 유도하기 위해 보통 액면가보다 10% 할인(또는 환급)된 금액으로 판매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할수록 지자체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 또 지역화폐 인쇄비와 금융수수료 같은 부대비용(액면가의 약 2%)도 든다. 조세연은 올해 정부가 총 9조원어치의 지역화폐를 발행한다면 이에 따른 경제적 순손실이 226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역화폐는 열등하다?

“조세연은 보고서에서 ‘지역화폐는 사용지역, 업종 제약으로 동일한 액면가의 현금보다 열등한 재화’라고 했다. 다만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돼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표현한 측면이 강하다. 지역화폐가 현금보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기에 정부도 액면가보다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가장 최신 데이터 활용… 정치적 해석 경계

-보고서에 정치적 의도는 없었나.

“조세연이 정치적 의도를 가졌다고 의심받는 이유 중 하나는 최신이 아닌 과거(2010~2018년)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세연은 2018년까지의 데이터가 활용 가능한 가장 최신 자료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보고서에서도 ‘2019년 이후엔 지역화폐 발행액 증가, 모바일형·카드형으로의 진화 등으로 다른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경호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역화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재난지원금을 비판한 것이란 오해가 있는데,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소비자가 할인 혜택을 받고 직접 구입한 지역화폐가 이번 연구 대상’이라고 했다.”

-다른 경제전문가 의견은.

“학계도 의견이 분분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화폐를 통해 추가적인 지출을 발생시켜야 지역경제에 효과가 생기는데, 원래 쓰려던 돈을 지역화폐로 대체하는 수준이라면 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화폐가 침체된 오프라인 소비를 일으키고 지역에서도 확실한 효과가 감지된다. 마중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20-09-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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