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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급하다지만… 러 백신 도입, 실효성도 현실성도 떨어져

아무리 급하다지만… 러 백신 도입, 실효성도 현실성도 떨어져

이현정 기자
이현정, 이범수 기자
입력 2021-04-22 18:00
업데이트 2021-04-2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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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V, AZ·얀센과 같은 방식
안전성 관련해 정보 공개 안 돼 불안
일부 연령대만 맞는 ‘반쪽 백신’ 우려
지금 계약해도 도입 한 달 이상 걸려
그때쯤이면 화이자·모더나 풀릴 수도

백신 접종 준비하는 의료진
백신 접종 준비하는 의료진 경기 수원시 코로나19 제2호 예방접종센터가 문을 연 22일 권선구 정현중보들테니스센터에서 의료진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수급 ‘플랜B’(비상계획)를 위해 러시아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 검토에 착수했다. 22일 외교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요청을 받아 각 공관에 ‘스푸트니크V’ 백신 해외 안전성 정보 수집을 지시했다. 방역당국은 “외국의 허가 동향을 지켜보며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스푸트니크V 국내 도입이 실효성과 현실성 모두 떨어진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안전성 자료 미흡이다. 스푸트니크V는 희귀혈전 논란이 나온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과 제조 방식이 같다. 임상시험에선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실제로 수천만명이 접종했을 때 희귀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자칫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일부 연령대는 맞을 수 없는 ‘반쪽 백신’이 될 개연성도 있다.

그나마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유럽 등에서 접종하고 있어 이상반응 발생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스푸트니크V 백신은 안전성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이 백신을 승인한 러시아, 이란, 아르헨티나, 알제리 등 60여개국 가운데 상당수가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할 만한 보건의료체계를 정립하지 못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상반응을 잘 모니터링하는 유럽이나 미국 자료는 신뢰성이 높지만 현재 스푸트니크V 백신을 쓰는 나라에선 희귀혈전 등 이상반응이 생겨도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약품청도 스푸트니크V 백신 승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안전성 자료 수집 문제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계약을 맺더라도 승인하고 들여오려면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며 “그때쯤이면 화이자·모더나 백신 물량이 풀릴 수 있다. 그때도 스푸트니크V 백신이 유효한 대책이 될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스푸트니크V 백신 임상 3상에서 91.6%의 효능이 나왔더라도 대량생산해도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할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도 꺼리는 마당에 정보가 부족한 스푸트니크V를 들여온들 누가 맞으려 하겠느냐는 현실적인 고민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뇌출혈 증상이 나타난 20대 공무원 사례에 대해 유럽의약품청이 인정한 희귀혈전증과는 거리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같은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증상으로 입원했던 40대 간호조무사에게는 기존 복지제도를 활용해 의료비를 지원키로 했다. 사지마비와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은 23일 예방접종피해조사반에서 심의한다.

75세 이상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은 이날부터 시작됐다. 방역당국은 상반기에 380만명이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마무리할 것으로 추계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21-04-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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