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대출이자 올리고 예금금리 낮춘 결과
지난해 유럽발 재정위기에 서민 경제가 크게 위축됐음에도 국내 은행권은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대출이자를 올리고 예금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무려 6개 은행이 ‘순익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익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장사는 모두 21곳이다. 이중 시중은행이 6곳을 차지했다.
해당 금융기관은 신한, KB, 우리금융, 기업, 외환, 하나금융지주 등이다. 시중은행이 6곳이나 1조원 클럽에 가입하기는 처음이다.
신한금융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3조원을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 현대차, SK, 포스코, 기아차, 현대중공업에 이어 순익 7위에 오를 전망이다.
KB, 우리금융 등은 순이익이 2조원을 넘었다.
시중은행 순이익은 올해 경쟁 격화와 수수료 인하로 다소 감소할 수 있으나 순항은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은 올해도 3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올리고 KB, 우리금융도 각각 2조원 안팎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만 1조원에 다소 못 미칠 전망이다.
2008년 우리은행, 2009년 하나은행이 순익 2천억원을 간신히 넘기고 2010년 국민은행의 순익이 112억원인 것에 비춰보면 폭발적인 성장인 셈이다.
그러나 은행권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은행 수익이 급증하고 이익 기반이 탄탄해진 것은 대출금리를 올리고 예금금리를 내려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을 키웠기 때문이다.
2009년 2.68%포인트였던 은행 예대마진은 2010년 2.85%포인트로 뛰어오르더니 지난해(2.96%포인트)는 3%포인트에 육박했다.
금융기관은 전셋값, 물가, 사교육비 등 상승 탓에 은행 신세를 져야 하는 서민 주머니를 최대한 털어 막대한 부를 챙긴 꼴이 됐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은행의 이익 기반이 탄탄해졌다는 것은 대형 은행 중심의 시장구조가 굳어졌다는 뜻이다. 대출금리 인하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으니 순익이 많이 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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