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진흥개발기금 지원 열흘간 2건…”피부에 와 닿지 않는 대책”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어려움을 겪는 관광업 등 피해업종과 안산·진도지역 소상공인 등을 돕겠다며 긴급민생대책을 내놨으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각종 자금 융자 지원 혜택을 내걸며 한도를 300억∼1천억원까지 설정하기도 했지만, 시행 열흘이 지나도록 신청 건수가 아직 한자릿수에 그친 대책도 있다.
규모나 혜택이 충분치 않고 자금을 빌려주면서 담보를 요구하거나 신용등급을 깐깐하게 따지는 등 소상공인과 영세업체가 실제 혜택을 받기에는 어려운 조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피해업종·지역 지원에 팔 걷어붙인 정부
세월호 사고 이후 전국적으로 애도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레저업과 요식업, 숙박업, 운송업 등의 매출이 줄고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사고 발생 이후 1만1천416건, 65만1천명 규모의 관광이 취소돼 관광업계는 417억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 외식업계도 연휴 이후 조금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사고 이전에 비해 10∼20%가량 매출이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피해업종과 피해지역 등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재정·금융 대책을 내놨다.
막힌 자금줄을 풀어주기 위해 관광진흥개발기금 저리 융자, 소상공인 정책자금 공급, 금융기관 기존대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유예·신규대출 등을 지원키로 했다.
피해 우려 업종 사업체 등이 신청하면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까지 연장해주고, 체납처분 집행을 최대 1년까지 유예해주는 등 세제 혜택도 마련했다.
진도와 안산 등 피해지역에 대해서도 현장금융지원반을 설치해 어업인과 중소기업의 금융 지원을 중개해주고 채권추심 유예, 세금 납부 기한도 연장해준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책 시행 첫날인 12일부터 19일까지 피해업종·지역 업체 등에 대해 신규대출 72건(117억원), 만기연장 155건(308억원), 특례보증 32건(9억6천만원), 금융애로상담 237건, 납세유예 178건(7억2천만원) 등의 지원이 시행됐다.
◇ ‘열흘간 신청 2건’…”담보 요구·신용등급 기준 부담스러워”
정부는 지난 9일 지원대책을 처음 내놓은 뒤 11일 후속조치를 통해 관광진흥개발기금 지원 규모를 1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는 등 한차례 보완했다.
이어 21일 당정협의에서 소상공인 특별자금 지원 범위를 여행·운송·숙박업종에서 유흥업을 제외한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등 또다시 규모를 키웠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두 차례나 손 볼만큼 신경을 쓴 셈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저리 자금 지원의 경우 한도를 500억원으로 설정했으나 22일 기준으로 실제 신청은 2건, 총 6억원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22일까지 상담이 3천600여건 들어오는 등 관심이 뜨겁지만, 업종별 협회를 통해 신청을 넘겨받다보니 절차가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며 “조만간 신청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500억원 한도가 부족해질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대표적인 피해업종과 관련된 한 협회 관계자는 “상담 전화가 많이 오는데 신청이 적은 이유는 특별 융자라고는 하지만 결국 담보가 있어야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출 이율이 1% 우대되지만 담보가 잡히면 사실 혜택이 거의 없어 절차를 진행하다가 포기하는 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독려로 은행 11곳 등 금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는 금융지원의 경우 19일까지 대출 만기 연장 145건(348억원), 원리금 상환 유예 191건(18억원), 신규 대출 지원 125건(146억원)의 실적을 보였다.
박대춘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은 “은행권에서 융자 지원을 해줄 때 신용등급을 따져 혜택을 못 받는 소상공인이 많다”며 “소상공인 신용등급이 좋아 봤자 얼마나 좋겠느냐. 특수구제기금으로 설정해 혜택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소상공인 특별자금은 반응이 좋은 편이다. 19일까지 신청은 450건, 165억7천만원 정도였는데 전업종 확대 방침이 발표된 21일에는 896건, 271억원으로 신청건수와 액수가 늘었다.
박 회장은 “대책의 취지는 좋지만 처음 나왔을 때부터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두 번이나 확대됐는데, 아직도 혜택이 미미해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며 “특히 진도나 안산의 경우 소상공인들이 ‘개점휴업’ 상태인 점을 고려해 혜택 규모와 종류 등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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