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펀드 환매 40%는 코스피 2,000 전후로 발생
코스피가 2,000선에 근접하면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는 현상은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다.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갇히자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가 약간 오르면 반사적으로 펀드에서 돈을 빼는 ‘학습효과’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봇물 터진 펀드 환매가 코스피 발목을 잡고 있으나 시장이 환매 물량을 소화하고 코스피 2,000선에 안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투자는 심리”…코스피 2,000 전후로 펀드 환매 봇물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된 금액 67조5천억원 가운데 코스피가 2,000 전후(1,975∼2,025)일 때 환매된 금액은 26조9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환매액의 40%를 차지하는 규모다.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1,900 전후일 때 7조9천억원(12%)을, 1,950 근처일 때 14조2천억원(21%)을 빼냈다.
코스피 2,000에 가까워질수록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하락으로 반전할 것을 더 염려했다는 뜻이다.
펀드 입금액에서 환매액을 뺀 순유입·순유출 규모를 보면 이런 양상은 더 두드러진다.
코스피가 2,000 안팎일 때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유출은 13조원에 달했다.
최근 3년간 전체 순유출 규모가 9조5천억원이었던 만큼 코스피 2,000 근처에서의 환매가 펀드 순유출을 주도한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주식 투자는 심리”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2,000은 하나의 숫자에 불과하지만, 국내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가 그 근처에 다가가면 투자자들이 등락 가능성을 두고 심리적으로 동요한다는 것이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2,000이란 숫자가 1,999나 2,001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뉴스가 되는 것처럼 투자자들은 ‘이제 환매를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국내 증시가 장기적으로 1,700∼2,100, 중기적으로 1,880∼2,060의 박스권에 갇혔기 때문에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기 시작하면 도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하고 반사적으로 환매하는 ‘학습효과’가 생겼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역사상 가장 긴 박스권에 갇혀 있다”며 “2,050을 넘기기 어렵다는 생각에 2,000에서 환매하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펀드 환매 압력 줄어 2,000 안착 기대해볼 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투자자들이 펀드에 돈을 넣었을 때의 코스피는 평균 1,944.55로 집계된다.
각 지수대별 입금 규모에 따라 가중 평균을 낸 것이다.
현재 코스피가 2,010대라는 점에서 비교적 높은 지수대에 펀드에 들어간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코스피 2,000 전후로 환매액이 가장 많기도 했지만, 유입액 역시 가장 많았다.
투자자들은 코스피 2,000 전후로 13조9천억원을, 1,950 전후로 12조2천억원을 펀드에 넣었다.
이는 각각 3년간 전체 유입액의 24%, 21% 비중을 차지하는 규모다.
또 코스피가 2,025를 넘으면서 환매 규모는 점점 줄었으며 2,075∼2,175 구간에서는 오히려 펀드가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주가가 2,000이라는 선을 넘어서서 어느 정도 더 오르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도리어 커졌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펀드 환매 압력을 시장이 소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한쪽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박스권에서 쉽게 탈출하지 못하더라도 주가가 조금씩 상향 이동할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2,000선에서의 환매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이런 관측을 키운다.
코스피가 1,980을 넘어 2,000을 넘보기 시작한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6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는 모두 1조1천억원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1,990을 넘어 2,000으로 향한 지난해 9월 10일부터 6거래일간 환매액 1조8천억원보다 줄어든 것이다.
이재훈 연구원은 “코스피가 사상 최대 환매 구간을 지나고는 있으나 환매 강도는 덜 공격적이므로 코스피 박스권 상단이 의미 있게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투신권과 마찰을 빚는 가운데 외국인 매수가 조금이나마 더 많다”며 “속도는 떨어지지만 방향은 조금씩 상승으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후정 연구원도 “국내 주식 펀드의 환매 대기 수요가 반복된 2,000 돌파 시도로 상당 부분 줄어든 상황”이라며 “세계적 유동성이 강하게 유입되면 2,000선 안착 시도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