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태로 실추된 이미지 개선 필요…사원들도 공감
대만 위안다(元大) 증권을 새 주인으로 맞은 동양증권이 52년간 써 온 ‘동양’ 간판을 떼고 새로운 출발을 할지 주목된다.지난해 ‘동양그룹 사태’ 이후 회사 이미지가 나빠진 탓에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가기엔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따라서 사명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다음 달 9일 사내·사외이사 등을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동양증권은 서명석 현 대표이사 사장과 황웨이청 위안다 증권 국제경영부문 수석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한다.
동양증권 측은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대주주 변경,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위한 이사진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위안다 증권은 자회사인 유안타 시큐리티스 아시아 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동양증권 지분(27.06%) 인수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동양증권 대주주가 됐다.
위안다 증권의 동양증권 인수 공식 절차가 마무리된 가운데 유상증자 신주 대금 납입일은 다음 달 11일로 정해졌다.
공동대표에 오르는 서 사장과 황웨이청 부사장의 임기는 대금 납입이 이뤄지고 난 다음 날인 6월 12일부터 시작된다.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사태’의 악몽을 털어내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한 작업이 착착 이뤄지고 있지만 ‘사명 변경’이라는 마지막 과제가 하나 남아 있다.
동양증권은 작년 9월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일부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불완전 판매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동안 실추된 이미지를 고려했을 때 ‘동양’을 그대로 내걸고 새 출발을 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 같은 고민은 사명과 관련한 임직원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회사 측은 동양증권을 그대로 유지, 사명에서 동양을 아예 빼기, 동양을 포함한 혼합형 사용 등 3가지 안과 관련해 사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설문 결과 동양을 회사명에서 빼버리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회사명 변경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새로운 경영진에게 사명과 관련한 직원들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원들의 다수 의견이 반영된다면 1962년 창립 이래 인수합병 등을 통한 회사의 변화에도 지켜온 ‘동양’이라는 명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다만 동양증권은 이번 주총에 회사 이름을 바꾸기 위한 정관 변경안을 안건으로 회의에 올리진 않아 사명 변경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한편 새롭게 태어나는 회사는 일단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전망도 나쁘지 않아 신용평가사들은 동양증권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동양증권의 무보증 금융채(BBB-)와 후순위 금융채(BB+)의 신용등급을 유지한 채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긍정적 검토’로 올렸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동양증권의 선순위(BBB-)와 후순위(BB+) 회사채를 상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전문위원은 “위안다 증권의 영업적, 재무적 지원을 바탕으로 동양증권의 사업기반 회복 가능성과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적정성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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