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통장, 아직 널 못 놓겠다

종이통장, 아직 널 못 놓겠다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16-08-16 22:48
수정 2016-08-17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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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 악용’ 퇴출 수순에도 10명 중 8명 발급… 중장년층 “실물로 봐야 안심”… 우대금리·종이 느낌 살려 ‘통장앱’ 유도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여전히 신규 예금에 가입하면서 종이통장을 발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금융서비스) 시대라고 하지만 상당수는 아직도 직접 은행 점포를 방문해 ‘손으로 만져지는’ 실물 통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KEB하나)의 신규 예금 2161만 3688개 계좌 가운데 종이통장을 발급한 비중은 83.6%(1807만 121좌)다. 지난해 말(84.7%)보다 1.1% 포인트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부터 ‘대포통장 악용’ 등을 막기 위해 종이통장의 단계적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은행들도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적극 호응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종이통장이 눈에 띄게 줄지 않는 것은 중장년층 이상 세대의 ‘실물’ 선호 경향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데다 전자거래에 따른 사고나 보안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의 부지점장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층은 비대면 거래가 훨씬 편리하지만 어르신들은 잔고가 찍힌 실물 통장이 있어야 안심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시행된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각 은행들이 신상품 출시를 예년보다 많이 하면서 통장 발행이 전체적으로 늘어난 요인도 있다.

시중은행들은 신규 예금에 가입할 때 종이통장 발행 여부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통장 발행을 원치 않는 고객에게는 금리나 수수료 혜택 등을 준다. 신한은행은 점포를 방문해 가입하더라도 종이통장 발급을 원치 않으면 0.1~0.2% 포인트 금리 우대와 타행 이체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통장 없이 직불 결제나 간편이체, 입출금 내역 통지, 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신한S통장지갑’도 지난해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신규 예금에 가입하면서 실물 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다음달 30일까지 경품을 준다. 이 은행의 전자통장을 활용하면 직불카드에 입출금 계좌나 예·적금 계좌 등 최대 30개까지 계좌를 등록할 수 있다.

전자통장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종이통장 느낌을 살린 경우도 있다. 우리은행의 ‘원터치 개인뱅킹’ 통장 앱은 종이통장처럼 통장 거래 내역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단어 검색과 메모 기능도 있다. 일반 종이통장보다 0.2% 포인트 금리 우대, 이체나 출금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KEB하나은행도 온라인이나 모바일 가입 시 0.1~0.7% 포인트 우대 금리를 준다. 금감원은 종이통장 발행을 줄이면 대포통장 범죄가 줄고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발행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내년 9월부터는 원칙적으로 종이통장을 ‘퇴출’하고 60세 이상이거나 특별한 사유에 한해 발행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6-08-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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