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출 9.5% 줄었지만, 한중경제 안전판 역할 중요성 증대
한중 관계의 미래로 각광받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20일로 발효 1주년을 맞지만 최근 한중간 외교 안보적 이견과 갈등으로 다소 빛이 바래고 있다.하지만 한중 FTA는 양국 관계의 악화를 제어할 안전판으로서 그 의미와 중요성은 더 강조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18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한중 FTA가 지난해 12월 20일 발효된 이후로 올해 1∼11월 중국의 대(對) 한국 무역액은 2천267억 달러로 9.4% 감소했다.중국의 대한국 수출은 837억 달러로 9.1%, 대한국 수입은 1천430억 달러로 9.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1∼11월 대외무역 총액이 6.9% 감소하고 수출 7.5%, 수입 6.2% 줄어든 것과 비교해 감소폭이 더 크다.
중국이 한국과 같은 시기에 FTA를 발효한 호주와 1∼11월 무역액이 6.9% 줄고 대호주 수출과 수입이 각각 7.7%, 6.5% 감소한 것과도 대비된다.
한중 양국 무역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중 FTA가 3년 연속 감소세인 대중 수출을 반등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셈이 됐다.
한중 FTA는 양국 시장을 통합해 서로 수출과 투자를 늘리고, 투명하고 공정하며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구조조정기를 맞으며 성장둔화를 겪고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 자급자족식 공급망)을 강화하며 자국 내 자급률을 급속도로 높이면서 한중 FTA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비지야오(畢吉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 소장은 “세계시장의 수요 회복세가 미약하고 한중 양국 산업의 비교우위에 변화가 생기면서 한중 FTA는 전통 협력모델 속의 양국 무역투자의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초 예상과 달리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며 중국의 대한국 태도가 달라진 것이 변수가 됐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 제품에 대한 경계감이 생긴 데다 통관 과정에서 비관세장벽이 높아진 것이 한중 교역의 감소에 큰 역할을 했다.
까다로운 통관절차와 지적재산권, 수입허가제도 등을 통한 중국의 비관세장벽은 한국의 대중 수출에 제동을 걸고있다. 올해 1∼8월 중국 세관을 통관하지 못한 수입 식품 및 화장품 236건 가운데 한국산이 61건으로 26%를 차지했다.
여기에 중국은 상대국과 다른 기술규정, 표준, 적합성 평가절차 등 무역기술 장벽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을 제약했다.
위사오화(虞少華)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한중 경제관계가 구조적인 조정기에 접어든 것”이라고 진단하며 “특히 현재 정치, 경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지역경제 단일화 과정에 많은 저해요소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매체들도 한중 FTA의 1년 성과를 한국 언론보도를 빌어 전하고 있을 뿐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내년 1월 1일부터 한중 FTA의 3차 관세철폐가 실시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1년 성과가 썩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한중 FTA가 대중국 수출 둔화의 억제제로서 기능하면서 한중경제의 장기적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코트라 통계로는 올 상반기 한국의 대중 수출은 전년보다 10.1%나 감소했지만, 한중 FTA로 관세가 인하된 품목의 수출은 6.7%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중국의 1∼11월 전체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5%로 일본, 대만, 미국을 제치고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의 대 한국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도 1∼9월 16억6천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5% 늘었다.
한중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의 선전소식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중국과의 FTA 덕에 수출 감소 폭을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중국이 성장둔화와 주가 조정, 위안화 평가 절하 등으로 경착륙 우려가 팽배했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선방한 셈이라는 것이다.
FTA 이행 일정에 따라 비관세장벽을 완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약속도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 신속 통관(48시간 내 통관)과 중국 세관 행정의 일관성 제고, 서류 간소화 등의 약속 사항이 실행되고 있다.
한중 FTA에 따른 산업단지 협력 대상으로 지정된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에는 올 상반기 한국으로부터 투자가 53건, 1억8천만 달러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증가한 수치다.
그래서 중국이 국제적 외교·안보 사유로 한국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고 싶더라도 한중 FTA는 이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 된다.
정환우 코트라 중국사업단 조사담당관은 “단기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보이지만 한중 FTA의 의미와 가치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후속 서비스업 협상을 계속 진전시켜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중 FTA는 중국이 체결한 가장 포괄적인 FTA로서 중국이 앞으로 추진할 양자 간, 다자간 FTA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비지야오 소장은 “무역 간소화, 투자장벽 완화라는 한중 FTA 목표가 결국에는 한중경제에 긍정적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한중 FTA를 기반으로 양국은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에 박차를 가하고 통관검역 표준 상호인증, 서비스 무역개방 확대 등을 통해 장벽을 낮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을 놓고 한국과 경합하는 대만도 지난 2000년 9월 중국과 경제 협력기 본협정(ECFA)이라는 FTA를 발효시키고도 한동안 대중 무역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의 경기 위축의 영향이 더 컸다.
게다가 양안 경제통합 추진의 상징으로 주목을 받다가 양안 간 정치논리에 휘둘리면서 그 효익을 장기적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
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은 “대중국 경제관계는 큰 틀의 중장기 효익 차원에서 접점을 찾아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중 FTA는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지속적인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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