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은 문 열고 냉방, 가정은 못 켜서 쩔쩔…‘에어컨 양극화’ 왜

상점은 문 열고 냉방, 가정은 못 켜서 쩔쩔…‘에어컨 양극화’ 왜

이승은 기자
입력 2016-08-01 16:03
수정 2016-08-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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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 명동의 상점이 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지난달 22일 서울 명동의 상점이 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에어컨 가동률 양극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누진세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력수요가 지난 11일 7820만kW, 25일 8022만kW를 거쳐 하루만인 26일 오후 3시 8111만kW를 기록하면서 여름철 사상최대전력을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누진제 한시 인하’를 실시할 계획이 없어 가정에서는 요금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하고 산업용 전기세에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누진제는 총 6단계로 세분화돼 사용량이 증가할 수록 kWh당 요금도 오른다. 최저 1단계(60.7원)와 최고 6단계(709.5원) 등급 간 요금 차이가 11.7배다. 미국은 2단계에 1.1배, 일본은 3단계에 1.4배를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누진제를 택하지 않고 있다.

반면 자영업자에게 적용되는 일반용과 산업계에 적용되는 산업용 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용 전력소비량은 국민 1인당 4617㎾h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445㎾h)의 두 배에 가까운 반면, 주택용 전력소비량은 1240㎾h로 평균(2448㎾h)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한국 가정의 전기 사용이 다른 나라 소비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부담을 더 많이 진다고 볼 수 있다.

누진 체계는 1970년대 오일쇼크가 터졌던 시절, 산업체들이 부족함 없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지금은 시대가 변해 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실천되지 못했다.

누진세가 전체 전기 사용량을 줄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0~2014년 사이 가정용 전력소비는 0.5% 늘어난데 반해 산업용 전력소비량은 4.0% 상대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 오히려 전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났다.

이처럼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지나친 누진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저유가가 이어지고 한전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한 지금이 누진세를 손볼 적기”라며 "저소득층을 위한 대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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