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유순·순종적 이미지로 정형화
대중매체도 성적 대상화… 차별 부추겨”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사건 현장 중 한 곳인 ‘골드 스파’ 바깥에 17일(현지시간) 희생자를 애도하는 꽃과 촛불, 그림이 놓인 모습. 그림에 다양한 인종의 여성 얼굴과 함께 “우리는 서로 지키며 연대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애틀랜타 AP 연합뉴스
애틀랜타 AP 연합뉴스
18일 CNN은 “이번 사건은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에게 너무나 익숙한 여성혐오와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에서 아시아 여성은 유순하고 순종적인 이미지에 성적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1875년 최초로 이민을 제한한 ‘페이지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몇 년 뒤 ‘중국인 배척법’으로 이어지는 이 법은 당시 미국에서 돈을 버는 중국인들의 이민뿐 아니라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을 콕 집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입국을 금지했다. 1950~1970년대 필리핀, 베트남, 한국 등 아시아에서 일어난 전쟁 당시 군인들이 현지에서 성매매 산업을 조장한 것도 아시아 여성은 ‘매춘부’라는 인식을 강화했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진다.
그레이스 유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아시안아메리칸연구소 교수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 대중 매체에서 아시아계 여성은 비인간화돼 있고, 복종적인 존재이거나 이국적인 성적 대상으로 묘사된다. 이 정형화된 모습이 만연해 있다”며 “아시아계 인종차별과 여성혐오는 미국 역사의 일부다. 이를 바꾸려면 끊임없는 교육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아시아계 여성이 처한 현실은 남성에 비해 훨씬 열악하다. 미 인권단체의 혐오범죄 신고 사이트인 ‘스톱 AAPI 헤이트’(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접수된 혐오 사건 3800건의 피해자 중 70%가 여성이었다. 전미여성법률센터(NWL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장기 실업률이 가장 높은 계층도 이들이었다. 많은 아시아계 여성이 ‘값싼 일회용 노동자’로 여겨져 총격이 일어난 곳 같은 마사지숍이나 미용실, 식당 등 서비스 산업으로 몰린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애틀랜타 지부의 피 응우옌 대표는 “살해된 아시아 여성들이 매우 취약하고 저임금의 일을 하고 있었다는 건 여성혐오, 구조적 폭력, 백인우월주의의 복합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서울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1-03-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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