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알래스카서 이틀간 고위급 회담…시작부터 强대强 정면 충돌

미중, 알래스카서 이틀간 고위급 회담…시작부터 强대强 정면 충돌

김규환 기자
입력 2021-03-19 12:07
수정 2021-03-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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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18일 미 알래스카에서 고위급 외교 회담에 돌입한 가운데 양국은 시작부터 서로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사진은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미국측 토니 블링컨(왼쪽부터)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측 왕이 외교부장,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합성한 이미지.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18일 미 알래스카에서 고위급 외교 회담에 돌입한 가운데 양국은 시작부터 서로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사진은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미국측 토니 블링컨(왼쪽부터)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측 왕이 외교부장,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합성한 이미지.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18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고위급 회담에서 초반부터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등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작부터 의례적인 덕담은 생략한채 곧바로 서로의 약점을 파고드는 `강(强) 대 강(强)’의 정면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이날 고위급 회담은 미국 쪽에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섰고, 중국에선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여해 `2+2` 형태로 열렸다. 특히 미중 양국 고윕급이 직접 만난 것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인 만큼 향후 두나라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양측은 19일 오전까지 모두 세차례로 나눠 3시간씩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은 양측이 2분씩으로 약속돼 있었으나 흥분한 상태로 공방이 되풀이되는 바람에 1시간이 넘게 지속되기도 했다. 더욱이 언론 카메라를 앞에 둔 채 양측의 날선 공방이 고스란히 중계되는 이례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미·중 고위급 회담 참석자들이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 캡틴 쿡 호텔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다. 맨 오른쪽이 미국측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다. 맨 왼쪽은 중국측 왕이 외교부장, 왼쪽에서 두 번째는 양제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 앵커리지 AP 연합뉴스
미·중 고위급 회담 참석자들이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 캡틴 쿡 호텔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다. 맨 오른쪽이 미국측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다. 맨 왼쪽은 중국측 왕이 외교부장, 왼쪽에서 두 번째는 양제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 앵커리지 AP 연합뉴스
첫번째 주자로 나선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은 규칙에 기초한 질서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의 행동이 글로벌 안정성을 유지하는,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위협한다며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를 대체하는 것은 승자가 독식하는 세계이자 훨씬 더 난폭하고 불안정한 세계일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홍콩, 대만,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동맹에 대한 경제적 강압 등을 포함해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깊은 우려를 논의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신장과 홍콩, 대만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인 만큼 미국의 개입을 내정간섭이라며 극력 반대하는 이슈들이다. 설리번 보좌관도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을 추구하지 않으며 경쟁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국민과 친구들을 위해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양제츠 정치국원은 무려 15분에 걸친 장광설로 맞받아쳤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은 군사력과 금융 헤게모니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억압하고 있다”며 “국가안보라는 개념을 남용하고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선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장과 홍콩,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의 내정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의 인권이야말로 최저 수준에 있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내부 불만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다른 국가에 증진하려고 한다며 양 정치국원은 “미국의 인권이 최저 수준에 있다”, “미국에서 흑인이 학살당하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비난과 비아냥을 쏟아냈다.

중국의 반격 수위가 예상보다 높자 미측은 당황한 기색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외교부장은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한 것을 두고 “손님을 맞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미국이 최근 중국 통신회사에 대해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의 발언이 끝나자 이번엔 미국이 재반격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양 정치국원의 발언에 ‘재반격’을 하기 위해 모두발언이 끝난 줄 알고 나가려는 기자들을 붙잡아놓기까지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측은 모두발언이 끝난 뒤 회담장 밖으로 나온 기자들에게 별도 브리핑을 통해 중국 측이 ‘모두발언 룰’을 어겼다며 불편한 기색을 다시 한번 드러내기도 했다.

미중 양국이 바이든 정권 출범에 따른 상견례에서 한치 양보없는 불꽃튀는 신경전을 펼치면서 두 나라가 서로 양보를 통해 `데탕트`를 맞을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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