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 경찰서에서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을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델라웨어 AFP 연합뉴스
유세 도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델라웨어 사저에서 요양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투표소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고 이길 것”이라며 “내주 선거운동에 복귀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사방에서 그를 향해 조여오는 사퇴 압박에 또다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젠 오말리 딜론 바이든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MSNBC 방송의 ‘모닝 조’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오말리 딜론 위원장은 “대통령 스스로 여러 차례 언급했듯 그는 이기기 위해 출마했으며 그는 우리의 후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레이스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대체 후보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힌 메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듭해서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그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이미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 여론 및 후원자들이 속속 지지 대열에서 이탈해 후보 사퇴 압박에 가세하고 있어 그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은 한층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적 입장 표명과 별도로 내부적으로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거취 문제에 대한 숙고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개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과 선대위 모두 물러서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사퇴 요구에 한층 심각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도 이날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누가 11월 대선에서 이길 최선의 후보인지 숙고하고 있는 중”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주변 참모들은 이미 그의 결단에 대비해 구체적인 세부 사항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를 완강하게 설득해 온 가족들 역시 그의 사퇴와 관련한 논의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NBC 방송은 보도했다.
카멀라 해리슨 부통령. 2024.7.19 워싱턴 AFP 연합뉴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미 후보 자리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계할 것으로 보고 그를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11~15일 미국의 성인 12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 10명 중 6명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일부 민주당 핵심 후원자 중에는 해리스 부통령을 위한 모금에 나선 상황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급하게 잡힌 핵심 후원자들과 회의에서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며 “우리는 이 선거에서 누가 국민을 우선하는 후보인지 알고 있다. 우리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라며 지지층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당대회 이전 후보 사퇴를 결단하면 전대 투표를 통해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당에서 여기에 반기를 드는 후보가 없다면 전대 대의원 투표를 통해 자연스러운 승계가 마무리된다. 만약 복수의 후보가 출마하면 전대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나오기까지 여러 차례 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당대회 이후 후보 자리에서 내려올 경우 제이미 해리슨 공화당 전국위 의장이 당 소속 주지사 및 의회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 전국위원회 투표로 새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전국위원회 산하 규칙위원회는 기존 결정대로 다음달 초 화상투표를 통해 후보를 확정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 방송은 규칙위가 이날 화상회의를 열어 최근 서한을 통해 위원들에게 전달한 내용과 현재 계획 중인 절차에 대해 알렸으며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규칙위는 오는 26일 다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대선 후보 공식 선출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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