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러시아 제재 3단계 시나리오 논의

EU 정상회의, 러시아 제재 3단계 시나리오 논의

입력 2014-05-24 00:00
수정 2014-05-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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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중·고강도 조치 고려, 시작은 사치품 금수

유럽연합(EU) 정상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상황을 불안케 하거나 25일 실시되는 우크라이나 대선에 간섭할 경우에 취할 구체적 제재 방안을 내주에 논의한다.

EU 지도자들은 오는 27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저, 중, 고 강도의 3단계 조치들을 정리해 지난달 회원국들에 회람토록 한 2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기초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이 문서에 따르면 3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제1단계는 다이아몬드와 귀금속. 모피, 보드카. 캐비어(철갑상어알) 등 러시아 사치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비료와 화학제품, 타이어, 선박의 러시아 수출을 제한하는 것 등이다.

1단계 조치에서 철강과 원자력산업 부품 수출은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무기의 수출은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에 속하는 중강도 조치는 금융 부문과 관련된 무역및 투자,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제한과 함께 석탄 수입 금지와 해상·육상 교통 제한,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중단 등이다.

EU가 검토하는 3단계의 고강도 제재는 자본시장 진출 규제와 러시아 신규투자 금지, EU 기업들이 보유하는 러시아 자산에 대한 엄격한 운용 규정 적용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입 전면 금지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EU가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입을 전면 금지할 경우의 충격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장일치의 합의가 없다면 EU는 러시아 제재를 더 이상 밀고나갈 수 없다.

EU는 지난해 에너지 수요의 3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으며 그 비용은 1천300억 유로에 달한다. 몇몇 EU 회원국들은 거의 전적으로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이탈리아·그리스·독일 등은 무역과 에너지 분야에서, 키프로스와 오스트리아는 금융 분야에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러시아 재재의 강도가 높아질 경우 자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EU 지도자들이 27일 회의에서 저, 중, 고 강도의 조치들을 고루 담은 리스트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일련의 구체적 조치들은 이미 마련돼 있다”면서 금융과 에너지, 무기 부문을 포함해 3개 시나리오의 조치들에서 골라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독일의 도이체 방크는 최근 리서치 자료를 통해 러시아 제재가 EU의 국내총생산(GDP)에 미칠 충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EU가 엄중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은행은 EU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10% 가량 위축된다고 해도 EU 국가 가운데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독일의 피해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0.5% 포인트 떨어지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EU 회원국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 EU 외교관들은 2008년의 채무위기가 진정된 지 몇년만에 또다시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것을 원치 않는 입장이라고 말하고들 있다.

현재로서는 27일 정상회의에서 단일한 입장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일 러시아가 한걸음 물러서고 25일의 우크라이나 대선이 평온하게 마무리된다면 합의안 자체도 이뤄지지 않을 듯하다.

한편 서방권이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에 대비해 러시아도 대응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레이 벨루소프 대통령 경제수석은 “전략, 아니면 전술이라고 하는 것이 마련돼 있다. 기밀 문서의 형태로 돼 있다”고 국영 로시아 TV에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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