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 출근·주5일 일하는 방송작가…‘무늬만 프리랜서’ 관행깨기 이제 시작

샛별 출근·주5일 일하는 방송작가…‘무늬만 프리랜서’ 관행깨기 이제 시작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1-03-23 17:38
수정 2021-03-2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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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노동자 첫 법적 인정 그 후

MBC 뉴스투데이 10년 일한 작가 2명
계약 만료 6개월 전 계약해지 통보받아
중노위서 부당해고 인정… 복귀 길 열려


보도국 소속 근로계약서 작성률 2%
작가단체 “방송계 좁아 목소리 못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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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고용 불안에 시달려 온 방송작가들은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만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방송작가유니온 페이스북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고용 불안에 시달려 온 방송작가들은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만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방송작가유니온 페이스북
수년간 MBC 아침 뉴스 원고를 집필해 온 작가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결과가 지난 19일 나왔다.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해 온 방송작가가 노동자로 법적 인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은 2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방송작가도 노동자라는 그동안의 외침이 드디어 받아들여졌다”며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첫 단추”라고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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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
MBC ‘뉴스투데이’ 작가 2명은 지난해 6월 사측으로부터 계약 만료 6개월을 남기고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프로그램 개편을 위한 인적 쇄신이 그 이유였다. 10년 가까이 매일 새벽 출근해 일해 온 두 작가는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맡아 정규직 노동자처럼 일했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각하했다. 하지만 중노위가 재심에서 지노위 결정에 대해 초심 취소 판정을 내리면서 복귀의 길이 열렸다.

방송작가들은 이번 판정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본다. ‘무늬만 프리랜서’인 고용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노동권 보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2001년 대구·마산 지역 MBC 방송작가들이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 소송에서 패소한 지 20년 만의 변화다.

김 지부장은 “작가들 스스로도 퇴직금, 휴가 등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힘든 환경에서 일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방송계가 매우 좁고 고용이 불안해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면서 “두 작가의 중요한 문제 제기와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 등 최근 분위기 변화가 이번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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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별 지부장 등 방송작가유니온 조합원과 언론계 노동 관련 단체들은 지난 19일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오기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방송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김한별 지부장 제공
김한별 지부장 등 방송작가유니온 조합원과 언론계 노동 관련 단체들은 지난 19일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오기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방송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김한별 지부장 제공
방송작가들은 교양, 보도, 예능 등 대부분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업계는 지역 방송사까지 포함해 2만여명으로 규모를 추산한다. 그러나 근로계약서 작성 비율은 저조하다. 지난해 12월 방송작가유니온이 보도국 소속 작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5일 이상 출근하는 비율은 82.9%였다. 반면 근로계약서를 쓴 작가는 응답자 100명 중 2명에 그쳤고 39명은 프리랜서 계약인 표준 집필계약서를, 32명은 업무위탁계약서를 썼다고 답했다. 정의당과 방송스태프지부가 지난해 4월 공개한 자료에서도 방송사·제작사와 구두계약을 맺고 일하는 작가는 40.6%였다.

2018년 SBS ‘뉴스토리’, 지난해 12월 KBS ‘저널리즘 토크쇼J’ 비정규직 해고 등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는 만큼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정된 시간에 상시적인 업무를 하고 회사로부터 구체적 업무 지시를 받는다면 정식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십년 관행이 단시간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지부장은 “방송사들은 ‘쉬운 해고’를 위해 계약서 작성을 꺼려 왔다”며 “행정소송 가능성 등 원직복직까지 길이 험난한 만큼 다른 비정규직들과도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1-03-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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