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영재’ 출신 작곡가 김택수 첫 앨범
작곡가 김택수.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앨범 제목 ‘플레이풀’(Playful)을 설명하는 작곡가 김택수의 눈엔 장난기 서린 웃음이 가득했다. “현대음악은 재미가 없다고들 하지만 꼭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어도 들었을 때 ‘이상하게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으면 그걸로 된다고 생각한다”며 “연주자들이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하는 말도 ‘맛있게 맵다’는 표현 같아 기쁘다”고 그는 말했다.
●늘 함께하는 일상 속 ‘흥’ 뽑아내기
실제로 그의 곡은 독특하고 재미있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Pali-Pali!!’(빨리! 빨리!),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잊혀진 깽깽이 주자들을 위한 오마주’, 부산시립교향악단과 오는 30일 초연할 ‘Zzan’(짠!!) 등 제목부터 남다르다. 이전 작품들에도 농구, 커피, 비눗방울, 찹쌀떡, 국민체조, 자장가 등 일상 속 경험과 기억들을 녹였다. 한국적이라 해서 막연한 한(恨)이나 흥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늘 함께하며 보고 듣는 많은 일상 속 흥을 뽑아낸다.
●현대음악답게 리듬 다채롭게 변주
현대음악답게 전형적이지도 않고 리듬이 매우 다채롭게 변주된다. ‘빨리! 빨리!’ 도입부는 오히려 느리다. “마감 앞두고 빨리빨리 곡을 쓰려다 보면 오히려 처음 시작할 땐 ‘떨지 말고 침착하자’며 버텨 보잖아요? 그러곤 정말 데드라인이 임박해 오면 정신이 없어지죠.” 한마디로 ‘벼락치기’ 습성을 잠시 늘어졌다가 갈수록 빨라지는 국악 산조 패턴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인들은 뭐든 끝을 보고야 만다”며 아무리 짧은 곡이어도 클라이맥스를 주고 확실한 끝을 맺는다.
김택수 앨범 ‘플레이풀’.
크라이스클래식 제공
크라이스클래식 제공
새롭고 특징이 분명한 그의 음악은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해 LA필하모닉,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등 최정상 오케스트라들이 연주하고 수많은 단체와 아티스트들이 위촉할 만큼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비단 한국인만의 정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이 많다”는 그의 설명대로 한글 발음 그대로 표현한 곡들이 세계 무대에서도 공감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뉴욕필 등 최정상 오케스트라 연주
김택수는 ‘화학 영재’로 불렸다.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메시앙과 버르토크 음악을 밴드 음악에 녹여 보며 현대음악의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이후 서울대 작곡과에 다시 입학해 작곡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물질을 해체해 조립하는 화학처럼 음악도 공식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이렇게 하면 이쯤 될 것’이라며 조합해 보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학을 전공한 사람이 음악이 좋아서 접근했고, 그것도 현대음악을 갖고 얼마나 복잡하고 난해하게 만들었을까 걱정하시지만 저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야기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1-03-2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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